국제 국제일반

[심층진단] 미국 '부동산發 경기침체' 오나

올 하반기들어 부의 감소효과 7,000억弗 추산<br>유가까지 재상승땐 잠재성장률 3% 유지 어려워<br> '인플레 압력 완화속 저성장 시대' 진입 전망<br>회복세 EU·日에 영향, 침체 도미노 가능성도



미국 경제가 ‘주택시장 냉각’이란 돌출변수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월가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냉각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불안을 초래해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미 경제가 침체(Recession)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려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냉각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미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럴 경우 수출중심의 한국 등 아시아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발 경기둔화 여파가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 도미노’, ‘달러에 대한 주요 통화 강세’, ‘수출여력 약화’ 등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미 경제 아킬레스건은 주택시장= 미국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3% 가량이 모기지금융과 파이낸싱 등 주택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주택경기 냉각에 따른 부의 감소효과는 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주택시장 하락은 심리적 영향력이 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 이상의 큰 파급효과로 나타난다.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풍향계인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주택 매물이 넘치고 있다. 급등한 모기지금리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고 있지만 매수세력은 실종된 지 오래다. 뉴저지주의 경우 주택공급과 수요의 비율이 48%로 2채가 매물로 나오면 1채도 안 팔리는 지경이다. 2004~2005년에는 이 비율이 72%에 달했었다. 향후 6개월간의 미국 주택경기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 주택시장 지수’도 9월에 30을 기록해 주택경기 침체기인 1990~91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으며, 주택허가 건수도 전년동월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메릴린치 등 일부 투자기관들은 현재의 주택시장이 기술적인 침체국면(Technical Recession)에 직면해 있으며 향후 본격적인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주택시장 냉각이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거리면서 소비자 구매력을 약화시킬 경우 앞으로 6분기 동안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인 3%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지적했다.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경제학 교수는 “미국 경제성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주택시장 냉각속도로 귀결된다”며 “주택가격은 궁극적으로 추가 하락할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수의 분석가들은 여전히 주택경기 둔화가 지난 1년과 마찬가지로 정연하게(Orderly) 이루어질 것이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인플레 압력 완화속 저성장 시대 맞아=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향후 3%대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앞으로 미국 경제가 3% 내외의 완만한 성장둔화를 보일 것이며 잠재성장률인 3%선은 대체로 유지하면서 경기침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세계경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성장률 2%’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FRB가 지난 2004년부터 이어온 금리인상 행진도 이미 지난 8월 종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FRB의 통화정책 바로미터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대를 유지하면서 위험구간인 3%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와 함께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경제의 성장속도가 더뎌지면서 국제유가 급등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FRB의 추가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오히려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내년 초에는 ‘경기진작을 위한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시티그룹의 토드 엘머 분석가는 “주택경기 냉각으로 성장률은 둔화되고 수요감소로 인플레이션 위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FRB는 내년 초 통화정책의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손성원 LA한미은행장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존 론스키 분석가,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도 같은 이유로 내년초부터 FRB가 금리를 다시 끌어내리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FRB가 지난 72년과 80년, 82년, 94년 과다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의 뼈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그동안 미국경제를 지탱했던 부동산과 소비가 삐걱거리면서 미국 경제는 ‘인플레압력 완화속의 저성장’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발 세계 경제 침체 도미노 가능성도=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주체들의 수출타격과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선진국들의 수입수요 감소, 긴축 통화정책 등으로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의 5.1%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성장률이 올해 3.4%에서 내년에 2.9%로 떨어지고, 일본은 2.7%에서 2.1%로, 유로지역은 2.4%에서 2.0%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EU 경제권이 미국 경기둔화라는 악재에 부딪혀 성장부진에 다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는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증가에 힘입어 성장을 유지했지만 이러한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임금상승에 따른 소비지출이지만 물가상승이 억제돼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