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2월 12일] 영국의 복지 개혁

영국의 제임스 퍼넬 연금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일 복지 개혁에 관한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개혁안은 오는 2010년부터 시행되며 이전에 비해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혁안을 보면 실업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수급자가 다시 일을 해야 하며 편부모에 대한 실업수당 지급은 폐지된다. 다만 아이가 1세 미만이거나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는 부모가 직장을 구하거나 준비하지 않아도 수당이 지원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개혁안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 이번 개혁안을 살펴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대변되는 복지시스템과 문화를 보다 긴장감 있도록 정비하는 데 치중한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이 실업 수당 대상자인 70만 편부모들과 무능력 수당(incapacity benefit)을 받는 260만명은 사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이들을 일터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회정책적으로 도전에 가까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 개혁안에는 권리와 책임 간에 균형을 맞추는 신노동정책의 부활이 엿보인다. 이 같은 정책에 찬성하는 자들은 정부가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의무가 시민에게 동기부여ㆍ기회ㆍ책임감 등을 박탈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일단 정부가 이 같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첫걸음을 뗀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수행하면서 관료주의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진실로 편부모들이 일터로 가기를 바란다면 육아시설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정부가 수당 수급자에게 고자세를 취하거나 수당 수급자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여론에 편승하는 인기영합주의를 펴서도 곤란하다. 새로운 복지 제도의 목적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혹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닌 이상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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