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쌍용차] '노사 불신' 마지막 협상도 막았다

쌍용차 勞 "대화하자" 제의에 使 측 "진정성 의심" 거절<br>勞 "정리해고 등 모든 가능성 열고 얘기하자"<br>使 "구체안 제시 안해… 사태 지연 시킬뿐"

27일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도장공장 옥상에서 스피커를 통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택=홍인기기자

노사 간 '불신의 벽'이 쌍용차의 마지막 노사협상을 막았다. 쌍용차 사측은 27일 노조가 사측과 정부에 직접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상균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오전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도장2공장 옥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에 대화를 위한 평화구역 설정을 제안한다"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이곳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대화 재개만을 주장하는 것은 사태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노조의 제안을 거절했다. 사측의 거절로 사실상 마지막 노사협상이 무산됐지만 노조가 직접 사측에 대화를 요청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변안정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한 지부장이 직접 대화의 주체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노사 양측이 동의하고 있는 이상 이를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부장은 현재 노사 간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도 "회사의 정상화 문제와 이후 전망까지 함께 얘기하는 대타협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상화를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노조 측이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사측에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노조가 파업 장기화로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한데다 공권력 투입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현재 도장공장을 중심으로 67일째 점거 농성 중인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사측이 물과 전기ㆍ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고 작은 환자들이 증가하는 것도 노조에는 큰 부담이다. 23일 농성 중인 노조원 한 명이 팔에 부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 나왔고 26일에는 경찰과 대치 중이던 노조원 한 명이 부상을 당해 공장 밖으로 나왔다. 한상균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병이 있는 사람들, 고혈압ㆍ당뇨 환자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고 작은 환자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장 내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날이 갈수록 파업 대오를 이탈하는 인원이 증가하는 것도 노조 지도부를 힘들게 하고 있다.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이후 공장을 빠져나간 노조원은 27일까지 20명에 이른다. 특히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경고한 조기파산신청일을 불과 사나흘 앞두고 있어 공권력 투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노조가 사측에 대화를 요구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사 간 감정이 격앙돼 있어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다는 명확한 사인을 보내지 않는 한 노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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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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