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ㆍ29대책` 이후 시중 부동자금이 토지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토지투기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토지거래 허가요건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토지 투기수요를 잡는데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4ㆍ4분기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땅값 상승률을 보인 44개 지역의 대부분을 토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 농지 및 임야 등에 대해 일정 기간동안 전매를 금지하고 용도 변경을 제한하기로 했다.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책의지다.
특히 건교부는 이번 대책과 별도로
▲수도권개발부담금제 부활
▲종합부동산세 조기도입
▲개발사업자의 과다이익 금지방안 등을 포함한 토지종합대책을 이 달 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으로 토지 투기수요가 상당부분 사라져 최근 각종 개발호재로 급등세를 보인 지역의 땅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지 투기지역 대폭 늘린다 = 지난해 4ㆍ4분기 땅값 상승률을 조사 결과, 전국의 44곳이 토지투기지역 지정대상에 새로 올랐다. 정부는 이들 지역 대부분을 토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땅값 급등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고속철 오송역 신설로 인해 행정수도 이전지라는 소문이 퍼진 충북 오송ㆍ오창 지역의 경우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도로변 땅값이 평당 30만∼40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평당 70만∼80만원, 최고 100만원으로까지 뛴 상태다.
이에 따라 토지투기지역은 현재 김포시와 천안시, 대전 서구ㆍ유성구 등 4곳에서 20여 곳 또는 40여 곳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토지투기지역에서는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투기목적의 단타매매가 사실상 어려워져 투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토지거래 허가요건도 강화 = 정부가 이날 내놓은 토지투기대책 가운데 핵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의 토지거래허가요건 강화다. 현재 전국토의 15% 정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토지시장 진입단계에서부터 투기세력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매금지 시한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농지는 토지취득 후 최소한 6개월 이내, 임야는 1년 이내에 전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건교부는 또 장기적으로 증여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어서 불법증여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토지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텔레마케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텔레마케팅 사실이 적발되면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필요할 경우 검찰고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투기수요 차단 기대 = 이번 정부의 토지 투기차단 대책으로 그동안 각종 개발호재를 타고 토지에 불어닥친 투기바람이 잠재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속철 개통과 행정수도 이전, 신국토구상 등 토지 수요를 부추길만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충청권,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땅값이 급등세를 보인 게 사실. 심지어 토지사기를 일삼는 `기획부동산`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데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정부의 대책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유동자금이 추가로 몰리기는 힘들어 지가 상승세도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호재에 따른 지가 상승은 이미 예견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 조치는 너무 뒤늦은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정책을 남발하면서 규제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병주고 약주는 격”이라면서 “각종 투기억제 정책은 발표와 함께 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배기자 ljb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