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 세계경영」 벤치마킹 본격화/재계라이벌 “우리도 해외로”

◎삼성 ‘글로벌경영’ 포석 사장단인사 의지 반영/LG,해외전략거점에 M&A팀 운영 “기업사냥”/현대차 아시아카 개발·전략거점화 등 구체화「대우를 배워라.」 이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것도 삼성, 현대, LG 등 경쟁관계에 있는 굴지의 그룹들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3년부터 대우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경영에 대해 「비판적 관망」의 단계에서 벤치마킹을 통한 「동조적 도입단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 이 그룹들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와 세계화전략 등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삼성그룹은 올 사장단 인사에서 「글로벌경영」을 들고 나왔다. 해외중시의지를 분명히 했다. 원로로 경륜을 갖춘 고위경영자들을 해외본사 책임자로 파견한 것은 「50대 해외경영론」을 실행중인 대우의 인사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은 이번에 김광호 회장(미국본사), 이필곤 회장(중국본사)을 비롯해 신세길 사장(미주), 유상부 사장(일본), 안덕기 사장(동남아) 등을 해외에 배치했다. 이는 올해 삼성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인사구도에는 두가지 분석이 뒤따랐다. 하나는 소장경영자들을 등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로퇴진」이란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후자로 주장한다. 삼성은 이에앞서 그룹 및 소그룹 차원에서 대우벤치마킹을 적극 추진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우의 세계경영을 너무 얕잡아봤다는 자성론이 대두됐다』며 삼성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삼성은 이 조사에서 특히 대우의 금융노하우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들어 해외기업인수에서 어느 그룹보다 열성적이다. LG는 그룹의 양적, 질적성장을 위해서는 해외기업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제휴가 관건이라며 최근 회장실 조직개편에서 해외전략거점에 「M&A팀」을 신설키로 했다. 이 과정서 LG는 대우로부터 배운 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LG 내부적으로는 대우가 추진하는 세계경영전략이 지금대로 추진된다면 2005년께는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의 대우벤치마킹은 자동차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중심으로한 대우의 세계경영전략을 집중연구토록 지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인도공장 기공과 함께 아시아카전략을 발표한 것은 대우에 대한 벤치마킹과 현대 나름의 오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다. 정몽규 회장이 『이제는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캐나다 브르몽공장 실패이후 현대 해외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소극적, 조립단계에서 적극적, 대규모 투자로 방향을 튼 것이다. 실제로 현대는 인도에 연산 20만대의 공장을 비롯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베트남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립공장이 아닌 현지생산공장을 세운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는 2000년 까지 「해외 50만대 생산체제구축」의 당초 계획을 「아시아지역 50만대」로 확대했다. 특히 현대는 대우가 추진중인 글로벌소싱전략을 아시아에 적용, 인도·인도네시아 등을 전략거점으로 선정, 상호부품과 기술을 공유한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대우가 재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해외의 중요성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해외에 있으며 이 시장의 공략이야 말로 대외환경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고 21세기전략에서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켰다는 점을 들수 있다. 넓은 세계, 방대한 시장을 구체화시켰다는 것이다.<박원배>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