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뢰회복 급하다" 전격 확대

['김선일씨 피살' 4개부서 조사]<br>전례없는 파격조치… 관계자 경질 예고<br>AP진실게임ㆍ협상력 부재에 조사 초점<br>'권한밖' 조사대상 많아 실효성엔 의문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 감사원 조사대상이 이날 정부 4개 기관으로 확대돼 그 배경과 파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통령의 요청으로 외교ㆍ안보ㆍ국방ㆍ정보 문제를 전담하는 핵심 정부 부처들에 대한 감사원의 동시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치이기 때문. 특히 국가 핵심기밀을 다루는 국정원과 참여정부 들어 외교ㆍ안보라인의 핵으로 부상한 NSC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조사 확대 배경= 무엇보다 정부 부처의 공신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이미지가 실추된 외교ㆍ안보라인을 정비하지 않고선 정부의 공신력 자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 투명성 확보를 통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를 계기로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온 이른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 과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 정부기관의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 나아가 해당부처 장관 및 책임자 등 핵심 관계자들의 문책성 경질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사안 조사하나= 가장 중점적인 조사대상은 역시 외교부다. AP통신과의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인 데다, 김씨의 피랍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석방협상 등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대한 조사에서는 심문 비디오 테이프를 근거로 AP통신이 김씨의 실종여부를 문의한 직원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다. 동시에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감사원은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협상과정에서의 역할과 대응실태 등에 대한 조사도 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정부의 정보력 및 협상력 부재를 전적으로 외교부 탓으로만 규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경우에도 이라크 현지에 상당수 군 병력이 나가있으며 이라크 추가파병을 위해 수 차례 이라크 현지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정보부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밖에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는 실종 과정, 납치 주체, 협상 진행과정 등과 관련해 이렇다 할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실효성에는 의문= 감사원의 이 같은 조사가 과연 김씨의 죽음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조사를 촉발시켰다고 볼 수도 있는 AP통신의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 감사원이 AP통신에 대해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 특히 김씨의 납치 사실을 20여일 동안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 대한 조사도 감사원의 권한 밖이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협조’ 받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자칫 이번 조사가 정부 관계자 몇 명의 옷을 벗기기 위한 요식행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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