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해운대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빨간불

태풍 너구리에 백사장 폭 10m 이상 유실

부산시 65억 예산 투입 불구

'복원사업 공사 부실' 의혹도

"올 여름에 백사장 복원사업 덕을 크게 보겠지 하고 기대했었는데 물거품이 될 것같아 실망스럽네요"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상가들이 장마가 걷히고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았지만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올 여름 대대적인 해수욕장 백사장 복원사업을 통해 2배 넓어진 해운대 해수욕장에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기대했지만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불과 1주일 전만 하더라도 평균 63m나 됐던 백사장 폭이 지난주 태풍 '너구리' 당시 파도에 모래가 쓸려가 지금은 50m도 채 안되는 등 백사장 복원사업이 아무 쓸모가 없어진 탓이다.


해운대 미포의 A횟집 주인 박모씨는 14일 "어찌 된 일인지 3~4m의 파도에 그 넓던 백사장이 3분의1 토막이 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마가 사실상 물러간 지난 휴일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 속에서도 해수욕객들은 크게 붐비지 않았다. 대신 모래가 쓸려간 뒤 급경사를 이룬 백사장 가장자리를 평탄하게 고르는 포크레인의 모습이 더 눈에 띠었다.


해운대구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올 들어 65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복원사업을 진행해 백사장 폭을 평균 72m로 확장했다. 지난해 백사장 폭은 40m에 불과했다. 해운대구는 이 사업을 통해 백사장 수용인원 규모도 1.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해운대해수욕장의 공식집계 관광객은 1,590만 명이었지만, 올해는 2,000만명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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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와 인근 상가 번영회 등은 이를 통해 다양한 관광객 유치 행사 등을 기획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태풍 너구리가 휩쓸고 간 이후 근심으로 바뀌고 말았다. 실제로 이날 현재 해운대해수욕장의 백사장 폭은 평균 50여m에 불과하다. 남해안이 태풍 너구리의 간접 영향권에 접어든 지난 9일 이전에는 해운대해수욕장 평균 폭이 63m 정도였다. 태풍으로 해수욕장에 높이 3m의 파도가 치면서 많은 모래가 바다로 쓸려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위치에 따라 5~10m가량 이전보다 폭이 좁아졌다.

백사장 폭이 줄어들자 파도를 막기 위해 백사장 끝을 따라 일렬로 조성된 모래턱도 사라졌다. 해수욕 허용구역과 이안류(역파도) 발생구역을 알려주는 부표들도 상당 부분 파손돼 안전에도 심각한 불안감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대 주민들은 이번 백사장 유실사고로 복원사업이 '밑 빠진 독에 모래 붓기'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모래 18만 6,711㎥를 투입해 백사장을 확장했지만 도루묵이 됐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 B모씨는 "그 동안 파도에 의한 자연 유실로 폭이 조금씩 줄더니 급기야 이번 태풍으로 대량의 모래 유실까지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백사장 복원사업 효과가 의심스럽다거나 부실 공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해양항만청은 "파도에 따른 모래의 일부 유실은 해저 지형을 완만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애초 유실과 자연복구를 고려하면서 백사장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 측은 "일주일 뒤 태풍으로 떠내려간 모래가 일정 부분 돌아오고, 가을에 바람 방향이 바뀌어 흩어진 모래가 자연 복원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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