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株 웃고, 항공·해운株 울고
국제유가 사상 최고치전문가들 "정유주, 2008년까지 장기 호황"항공·해운 원화 강세로 리스크 상쇄 기대
국제유가가 또 다시 사상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운송주와 정유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ㆍ해운 등 운송주는 수익성 악화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고유가 수혜가 기대되는 정유주나 대체 에너지 관련주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전세계적인 원유 수요 증가, 투기세력의 물량 사재기 등의 여파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면서도 “운송주의 경우 원화 강세, 운송 수요 급증 등으로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있어 고유가에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각각 3.95%, 6.45% 급락하며 3일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강세를 보였던 해운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세양선박이 3.17% 떨어진 것을 비롯해 흥아해운이 3.35%, 한진이 2.30% 하락했다.
반면 정유주와 신ㆍ재생 에너지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S-Oil은 4.97% 급등해 4일 만에 반등했고 SK도 1.37% 오르면서 지난 9일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또 코스닥시장에서는 서희건설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유니슨도 0.56% 오르면서 6일 만에 반등했다.
유영국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석유 예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달러 약세 등의 외부 변수에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유가가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 전까지는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유가 지속은 정유ㆍ화학 등에 대형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정유ㆍ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오는 2008년까지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며 SKㆍ호남석유화학ㆍ한화석화 등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백관종 서울증권 연구원도 SK에 대해 “전세계 석유 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빠지면서 업종 내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만8,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대폭 올렸다.
전문가들은 또 항공ㆍ해운 등 운송주에 대해서도 중장기 측면에서 낙관론을 펼쳤다. ABN암로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해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내려가면 영업이익은 1,100억~1,200억원 늘어나 고유가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1,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대우증권도 “올 1ㆍ4분기 들어 항공유 가격이 45% 올랐지만 수요 호조와 원화 강세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주가로 각각 2만5,900원, 6,000원을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항공ㆍ운송 업종은 항공기나 선박 구매에 따른 외화부채가 많아 원화 강세 때는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한다”며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입력시간 : 2005-03-17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