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인가

“은행들이 정부 규제로 대출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몇 년간 대부업시장에 투자하는 외국계 자금들만 큰 이득을 챙길 겁니다.” 얼마 전 만난 한 금융권 임원의 한탄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때문에 많은 대출 수요자들이 주택을 구입하면서 외국계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임원은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더라도 집을 넓혀가거나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사라질 수는 없는 법”이라며 “이들 중 대출을 갚을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조차도 대출한도 때문에 대부업체를 찾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국계 대부업체 관계자의 말은 이 임원의 비판에 상당히 힘을 실어줬다. 그는 “우리에게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들의 상당수는 신용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며 “대출한도가 부족하거나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에 막혀 대부업체로 온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채금리는 은행이자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지만 조달비용이 싼 외국계 대부업체들은 연 7~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환기간도 10년 이상으로 큰 부담이 없다. 꼭 집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보다 1~2%포인트 더 물고라도 대부업체를 찾는 것이다. 또 외국계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중에는 긴급한 사업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개인의 상환능력에 비해 무리하게 대출이 이뤄지는 기존 관행은 개선돼야 하지만 시장상황을 전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는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서민들을 사금융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금리가 낮은 외국계 대부업체라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처지가 낫다. 대부업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무등록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부업체로 돈이 몰리자 은행들의 대부업체와의 거래를 막으면서 소액 신용대출에 주력하는 소형 대부업체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졌고 많은 업체들이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사금융시장 실태조사 중간분석 결과에서도 국내 사금융시장 규모가 18조원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불법 사채시장 규모가 10조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집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정책이 건전한 주택수요자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신용도가 낮은 급전 대출자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쫓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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