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매춘의 경제학

권홍우 경제부 차장

19일 오전 청량리. 생소한 집회가 하나 열렸다. 참석인원은 약 4,000여명. 성매매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윤락여성과 포주들의 집회였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군인들이 성 욕구를 풀지 못해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운동권의 상징 가요였던 ‘아침 이슬’도 흘러나왔다. 청량리 남동방향인 광나루 주변에 ‘표모탄(漂母灘)’이라는 옛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말 그대로 빨래하는 여인(漂母)의 강가(灘)’라는 뜻이다. 용맹 정진 끝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한 도인이 개울가에서 빨래하고 있는 여인의 허벅지를 보고는 신통력을 잃고 죽었다는 전설이 내려져온다. 성(性)이 수십년의 수련과 공덕도 한순간에 날릴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은 금기의 대상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성만큼 끈질긴 것도 없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고 끊어지기도 힘든 게 성적 욕구다. 매매춘은 이런 연유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사회과학의 학문인 경제학은 인간 본능의 욕구인 성을 빼놓지 않는다. ‘매춘의 경제학(Economics of Prostitution)’을 연구한 학자와 논문도 적지 않다. 경제적 관점에서 매춘(sales of sex for money)은 당사자간 교환의 일종이다. 거래조건에 당사자들이 만족한다면 ‘효율적 자원배분’이 일어난다. 적어도 미시경제학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에서는 그게 아니다. 거래 쌍방을 만족시키는 효율적 자원배분이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당사자간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마약거래가 사회와 경제의 전반을 좀먹듯이 매춘은 경제 전체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 매춘에 들어가는 비용이 생산 분야에 투입되고 선순환으로 이어질 때 승수효과는 매춘에 비할 것이 아니다. 굳이 사회적 요구, 윤리적 관점까지 들 것도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한정된 가용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매춘은 없어져야 할 ‘낭비 부문’이다. 성매매금지법을 둘러싼 반발을 보자면 매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표모탄에 빠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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