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럼에는 40개국 정상들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및 18개 중앙은행장 등 세계 각계의 지도자 2,600여명이 참석했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거창한 담론과 함께 '발등의 불'로 떨어진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올해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글로벌 리더십 부재만 확인한 채 중구난방의 '말장난'만 오갔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한때 '현자의 회의'로 칭송되던 다보스포럼이 '엘리트들의 나이트클럽'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다보스포럼이 글로벌 엘리트들이 모이는 답답한 클럽으로 변질됐다"며 "말보다 행동이 필요함에도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자기반성 없이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정치권이 말장난만 늘어놓는다면서 위기해결 능력에 대한 진정성 부족을 질타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제기했듯이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없다는 의미의 'G0(리더십 부재)' 상황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또 세계 굴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로 안면을 익히기 위해 몰려들고 인수합병(M&A) 협상기회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포럼 본래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T)는 "포럼이 글로벌 프로젝트 장사꾼과 고급 로비스트들의 한철 장사로 전락했다"며 "다보스포럼이 권태에 빠진 것 같다"고 쓴 소리를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유럽 주요 대기업 CEO들이 다른 주제는 제쳐두고 너도나도 M&A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 석학인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는 다보스 참가자들에 대해 "앙시앙레짐(모순적이고 낡은 구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며 "자신들의 돈을 스위스프랑이나 순금ㆍ미국채ㆍ석유선물 등으로 옮겨 태우는 것으로만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중국ㆍ러시아ㆍ브라질 등 상대적으로 글로벌 위상이 커진 신흥국 주요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포럼 초반부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도 실패했다는 게 중평이다.
중국의 경우 포럼에 매년 총리나 부총리 등 지도급 인사를 보내온 30여년의 전통을 깨고 올해는 차관급 인사만 참석시켰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다보스포럼이 선진국의 이해만 대변한다"고 반발해 만들어진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했다.
이처럼 다보스포럼의 명성이 추락한 것은 주최 측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경제 문제 외에 안보ㆍ기후변화ㆍ식량안보 등 각 방면의 다양한 주제들을 빡빡한 회의일정에 소화하다 보니 총의를 모으기도 어렵고 요점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CEO는 "주제의 깊이보다 넓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참석자들은 그런 주제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자신의 생각을 포럼에서 전체 의견으로 모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