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ㆍ북핵ㆍSK글로벌 분식회계사건 등 국내외 악재들이 불안심리를 증폭시켜 기업ㆍ개인 가릴 것 없이 `달러사재기`에 나서고 있고, 거액 해외송금 등 자본의 해외반출도 늘어나는 등 `경제불안증후군`이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암달러시장에서는 1달러가 은행기준고시환율보다 200원 이상 높은 1,500원선에서 교환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등 금융계에 따르면 외화예금(국내 거주자)은 지난 21일 현재 145억4,000만달러로 작년 말의 124억3,000만달러에 비해 17.2%, 21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외화예금은 올들어 1월말 136억3,000만달러로 증가한 뒤 2월말엔 133억1,000만달러로 줄었으나 이달 들어 북핵문제ㆍ이라크전 등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다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유층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달러사재기에 나서 서울 남대문 등 암달러시장에서 달러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암거래환율이 달러당 1,450원~1,500원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은행에서 이뤄지는 달러화의 매매기준율 1,250원에 비해 달러당 200~250원이나 비싼 것이다.
또 해외 유학자금과 체류비 등을 미리 보내려는 사람들이 몰려 은행의 환전ㆍ송금창구는 예년에 비해 크게 붐비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9월 전까지 월평균 10건을 밑돌던 외화 밀반출신고건수도 작년 12월 53건, 올 1월 74건, 2월 92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국제정세 불안과 경기위축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돼 일종의 `달러보유 및 반출신드롬` 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도권 시장에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달러 사재기가 늘고 외화예금이 밀려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안 증후군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전환,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등 자본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5년만에 처음 10억달러가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올들어 2개월동안에만 2억5,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자본 유출이 아직까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최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