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생산성 극대화 등 '투자없는 성장' 견인<br>투자전략·경영혁신 분야 두루 거쳐<br>성공적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결실


"투자 없이도 생산성과 매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처음 부임했던 지난 2007년 LG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 과제가 던져졌다. 별도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채 운영효율성을 높여 매출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권 사장의 철학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다소 무모한 듯 보였던 그의 생각은 곧 맥스 캐파(Max. Capacity, 생산성 극대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맥스 캐파란 생산 장비가 가진 성능의 한계에 도전하고 작업 공정을 개선해 단위 공정 시간을 축소시키는 등의 활동이다. 성과가 나타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7년 초 투입기준 월 11만장 수준이던 LG디스플레이의 파주7세대 LCD 생산라인은 그해 연말 13만 8,000장으로 늘었다. 기존 공장들의 평균 생산성은 30% 이상 올라갔다. 이는 LG디스플레이 성장의 서막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권 사장 부임 첫 해인 2007년 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쾌속 순항했다. 권 사장이 부임 직후 '투자없는 성장'을 구상하고 실제 추진할 수 있었던 데는 글로벌경영과 재무, 경영혁신 분야의 경험과 능력이 토대가 됐다. 권 사장은 지난 1979년 LG전자로 입사해 80년대와 90년대를 해외투자실, 미주 법인, 세계화 담당 이사를 거치며 글로벌감각을 쌓았다. 2000년 대 들어서는 재경팀장을 거쳐 재경부문장을 역임하며 LG전자의 재경부문을 책임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담당하던 시절 그는 투자전략과 경영혁신 분야에서 가치를 이끌어내는데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 99년 LG와 필립스의 합작법인 설립 업무에 참여해 LG디스플레이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권 사장은 특히 한번 판단을 내릴 경우 소신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소신이 발휘된 순간이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라인 투자 당시였다. LG디스플이가 8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한 시기는 2007년 10월. LCD투자과잉에 대한 우려가 크던 시기였다. 게다가 불과 1년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LCD패널 가격이 떨어졌지만 권 사장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는 소신을 이어갔다. 금융위기 발생 불과 6개월 뒤 8세대 라인은 100%가동됐다. 권 사장은 아울러 LG전자에서 맡았던 해외 업무경험을 살려 LG디스플레이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 2007년 대만 LCD 업체인 한스타(HannStar)의 우선주를 인수한 데 이어 중국 TV업체 스카이워스로부터 광저우 모듈 공장의 지분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만 암트란과 LCD 모듈ㆍTV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아바코, 티엘아이, 뉴옵틱스, 우리LED 등 LCD 장비ㆍ부품업체에 지분을 투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의 LCD패널 생산과 판매에 의존하는 제조회사에 국한하지 않고, 전후방 산업과 제휴해 비지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사업 방식의 변혁으로 제휴의 대상에는 고객뿐 만 아니라 후방산업이나 LCD패널 제조회사 등 동종업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과 원가경쟁력, 품질, 마케팅 역량, 고객기반 등 근본적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회사관계자는 "기본 경쟁력을 바탕으로 편광방식 3D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 프로모션하고 시장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라며 "OLED나 전자종이(EP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의 연구개발과 상생확대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갖춰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He is ▦1957년 서울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KAIST 산업공학과 석사 ▦1991년 미주법인 부장 ▦1995년 LG전자 CD-Player OBU(사업부)장 ▦1996년 LG전자 세계화담당 이사 ▦1998년 LG전자 M&A추진 TASK팀장 ▦2000 LG전자 재경팀장 상무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장ㆍCFO 사장 ▦2007 LG필립스LCD(現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 '배려·경청의 리더십' 돋보여
● 權사장의 숨은 열정 LG그룹의 운명을 바꿀 수 있던 필립스와의 LCD부문 전략적 제휴 협상이 벌어지던 지난 99년 LG여의도 트윈타서에서 권영수 당시 LG전자 재경팀장이 필립스 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마주 앉은 필리스 측에 현금출자액수로 75억 달러를 요구했다. 애초에 필립스가 제시했던 금액은 5억달러. 무려 70억 달러를 얹어 15배를 요구한 것이다. 필립스의 CFO였던 프란츠 스파가렌 협상단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중단된 협상은 재개됐다 중단되기를 수차례, 결국 LG는 필리스로부터 40억달러를 얻어냈다. LG 내부적으로 최선의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과정에서 권 사장은 휴일없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등 전 세계로 날아가 협상을 진행했다. 성공적인 협상의 뒷면에 권 사장의 열정이 숨어 있다. 그는 가장 피해야할 조직원의 모습을 '에너지 뱀파이어(energy vampire)'라고 설명한다. 재능만 믿고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들은 다른 동료의 에너지까지 앗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권 사장이 추구하는 인재상에는 열정을 최우선가치로 두고 있다. 그는 강한 열정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지향하고 팀워크를 추구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열정과 실력, 배려심을 갖춘 인재인 셈이다. 권 사장 스스로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별도의 수행비서를 두지 않고 있다. 근무 역시 월요일은 서울에서, 화요일과 수요일은 구미, 목요일과 금요일은 파주에서 진행하다. "사장은 한명인데 보고해야 하는 사람은 수십명이다. 한명이 옮겨 가는 되는 일인데 여러명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권 사장의 평소 생각에 따른 결과다. 회사 관계자는 "취임 초기 가장 강조한 부분이 배려와 경청"이라며 "조직내 기능과 기능 사이의 팀워크 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협력업체와의 효과적인 협력관계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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