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치현장은 늘 바쁘다. 현장 큐레이터들은 작품을 직접 싣고 올 작가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느라 휴대폰을 놓을 수 없고 작가들은 작품이 현장에 안전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갖은 정성을 들인다. 수십만평이 넘는 알펜시아리조트 전역은 지구 하모니를 주제로 오륜기를 형상화한 대지미술과 입체, 설치 작품 167점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바로 2013평창비엔날레의 현장 모습이다.
신진작가 개성 있는 작품 대거 출품
1년 6개월 전 우리는 제안을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ㆍ예술을 함께 담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강원국제미술전람회의 기획을 시작했고 이제 20일 2013평창비엔날레의 화려한 막이 오른다. 사무국이 꾸려진 이래 지난 두 달간 춘천의 사무국과 평창, 동해시 망상의 현장은 뭐 하나 놓칠세라 촘촘히 진행됐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200여개, 국내에서만 9개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평창비엔날레까지 합치면 10개가 된다. 이른바 비엔날레의 홍수시대라고 불리는 상황이다.
그동안 비엔날레는 기존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를 반복했다. 대한민국의 비엔날레는 국내외 유명작가 초빙, 그들의 명성에 기댄 홍보와 그에 따른 과다한 예산 지출 공식이 그러하다. 유명작가군에 포함되지 않는 대다수의 작가는 마치 들러리와도 같았다. 우리는 평창비엔날레를 시작하면서 적어도 그러한 공식은 되도록 따르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예술 세계에서 비엔날레 또한 그에 걸맞은 형식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비엔날레는 중요한 몇 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로 신진작가 발굴이다. 미술계는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먹고살 만한 상부구조는 거듭거듭 조명된다. 그러나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방대하고도 배고픈 중ㆍ하부 구조는 조명 받지 못한다. 평창비엔날레는 한 번도 조명되지 못한 이 중ㆍ하부 구조를 지속적으로 조명해 우수한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고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자 한다. 그러한 취지에서 국민공모를 통해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비엔날레 작가로 참여하는 통로를 개방했다.
둘째, 관객친화적인 비엔날레가 되고자 한다. 알펜시아는 계곡에 위치한 넓은 리조트 공간이고 앙바 엑스포전시장은 망상해변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양 전시장의 특성은 미술관이 아닌 여름 휴양지 생활공간이다. 미술은 거창한 담론하에 심각할 필요가 없고 즐거워야 한다. 모든 미술품들은 경직된 미술관 전시양식에서 탈피해 각각의 전시된 위치의 장소성과 결합된다. 따라서 미술품들은 관객친화적인 성격을 띠며 관객에게 접근하고 관객들과 정서를 공유하고자 한다.
관객과 함께 즐거운 비엔날레 될 것
마지막으로 동계올림픽 지구를 조각공원으로 만드는 기틀을 마련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평창 일원에서 열린다. 전세계 2만여명의 선수와 임원, 기자단 및 관광객들이 강원도를 찾게 될 것이다. 아트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매입되는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그들에게 강원도, 더 나아가 한국의 우수 작품을 선보이고 평창비엔날레가 외국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창구 또는 통로 역할이 될 것이다.
대관령 위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린다. 초록 대지 위에 펼쳐진 작품에 떨어지는 빛은 마치 무대 위의 조명과도 같다. 무대 뒤에 서서 관객을 기다리는 지금, 우리는 긴장과 설레임이 뒤섞여 있다.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다. 평창비엔날레에의 미래를 향한 도전에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