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 보이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일단 반갑다. 북이 정상회담을 언급한 대목은 이례적이다. 분위기도 여느 때와 달라 보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우리 측 통일준비위원회의 지난해 12월29일 대북제의(1월 중 대화재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일준비위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손을 내밀었고 북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로 답신한 셈이다.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


물론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 화해를 역설한 뒤 무력도발을 감행한 전력이 있다. "남북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2013년 신년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3차 핵실험과 서울 불바다 협박, '제2차 조선전쟁' 불가피 선언 등을 쏟아냈다. 2014년에도 신년사에서 화해를 강조한 직후 미사일 실험을 강행해 남북관계를 초긴장 상태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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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계산도 엿보인다. 5월 러시아 공식 방문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 데뷔를 앞둔 김 위원장이 국제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의식한 유화적 제스처일 수도 있다. 대남 제의는 한미관계 이간책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이 정녕 대화를 원한다면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의 태도를 살피며 상응하는 조치를 택하되 평창동계올림픽 공동개최 같이 남북이 공동번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할 때다. 북측 주장대로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가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여는 일대전환의 한 해가 될 수 있다면 민족사의 커다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은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도시 건설안 등 우리 측 방안이 공동번영의 실질적인 접점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대화와 행동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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