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네바 합의 20년… 북핵 문제 새 돌파구 필요하다

인식 모델이나 해결방식이 더 이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문제해결의 틀을 모색해야 한다. 북미 제네바합의가 21일로 20주년을 맞는다지만 결과만 본다면 이 합의는 실패로 규정해도 큰 잘못이 없을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애초 북한의 핵 포기를 대가로 한 대북 경수로와 중유 지원이 골자다. 하지만 합의 8년 만에 북한의 비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F) 문제가 불거지면서 파국을 맞은 후 지금껏 합의와 파기의 악순환를 반복해오는 와중에 북한의 핵 능력은 광폭 행진을 거듭했을 뿐이다.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도 막지 못했으며 지난해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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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네바합의의 다른 상대방인 미국 정부 안에서는 북핵 논의가 아예 실종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핵 불용(不容)과 한반도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공식 목표라지만 실제로 북핵 문제를 풀어보려는 정책적 노력은 시간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심지어 '북핵 피로' 현상까지 감지되는 형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속칭 전략적인 인내를 넘어 전략적 무시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정도라면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대감을 표시하는 중국으로부터도 제한적 범위에서의 대북 압박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하기 어렵다면 우리 정부라도 적극 나서 북핵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안에 북한 비핵화 의제를 끌어들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는 결국 한국 자신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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