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걸면 걸리는 배임죄, 개정 추진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배임죄 적용기준을 완화한 형법 개정안을 다음주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법상 배임죄에 대한 법 개정안 발의는 있었지만 형법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처음이다. 그동안 무리한 법 적용으로 기업인을 옥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주로 형법상 배임죄였다는 점에서 이번 법 개정 추진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배임죄를 적용해 기업인을 형사처벌하는 게 잘못이라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다. 배임죄는 말 그대로 임무를 배신하는 것으로 윤리에 관한 문제인 만큼 민사로 처리하는 게 맞다. 구체적으로는 처벌기준이 모호하고 범위가 넓다는 게 문제다. 현행 배임죄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처벌하도록 돼 있다. 목적 조항이 없다 보니 단순히 경영판단을 잘못하거나 경영판단을 잘했어도 나중에 환경이 바뀌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번 법 개정안은 '자신 혹은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기업에 현실상의 손해를 가한 때'로 배임죄 적용기준을 바꿨다. 이러면 고의범이나 목적범만 처벌받고 과실범은 처벌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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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최고경영자는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할 때 항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배임죄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최고경영자뿐만이 아니다. 과거 처벌사례를 보면 일반이사 등 임원이나 투자 결정에 관여한 간부들도 배임죄의 공범으로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최고경영자는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혹시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고 해도 참모들이 이를 만류하는 일이 빈번했다.

투자환경을 저해해온 과도한 배임죄 적용은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이번 법 개정을 조속히 완료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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