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 규제 이것만은 풀자] <1>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사업성 떨어져 유명무실… 시장 교란, 강남 전세난만 부채질

8년간 부담금 부과 고작 4건… 규제타깃 강남 한 곳도 없어

이익 생겨도 부담금 안내는 뉴타운 단지와 형평 논란도

야당 반대로 폐지 차일피일… '6월 국회' 통과도 어려울듯

정부가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 철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대못을 뽑지 못하는 한 경기회복은 기대 난망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를 위한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시장회복을 가로막는 철 지난 규제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5회에 걸쳐 제시한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들은 사업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의 유예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에 연내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재건축 부담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각 단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한편으로 하반기부터 재건축 이주물량이 집중되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까지 낳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시장을 교란해 전세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넘어 도입 당시의 취지를 상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남아 있는 만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후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의 일부분을 환수하는 제도로 집값 급등기인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효과 없이 시장 심리만 위축= 국회에서의 처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규제를 도입할 당시와 현재의 재건축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하루 빨리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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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도입된 2006년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투기 분위기를 억제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주택시장 장기 침체에 따른 사업 지연 등으로 억대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거나 새 주택을 분양 받는 대신 현금 청산하는 조합원이 느는 등 사업성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만들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돼 이 법이 의미가 있었지만 현재의 상태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보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거의 작동을 안 하고 있다"며 "폐지해도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사업장이 단 4곳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의 실효성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지역도 중랑구 묵동과 면목동, 송파구 풍납동, 용산구 한남동으로 당초 규제의 목표였던 강남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재건축 부담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도입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시장 과열이 사회 문제화하면서 별다른 대안 없이 적용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될 경우 사업시행인가 이전의 초기 단계인 전국 442개 단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63곳을 포함해 204곳, 경기 76곳, 인천 27곳, 대구 43곳, 부산 33곳, 대전 16곳 등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시장 여건이 과거와 달라져 법의 의미가 퇴색한데다 재건축이 주춤한 사이 관심이 높아진 뉴타운 지역에는 이익이 발생해도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등 형평성 문제도 있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조합원에게 보유한 주택 수만큼 재건축 아파트를 주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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