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현장'이 답이다

봄이다. 은행 앞 산수유나무에도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늘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황사, 꽃가루라는 3가지 악재가 겹쳐오기는 해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우리 경제에도 환율, 물가, 유가 등 이른바 ‘트리플 트러블(Triple Trouble)’이 겹쳐 오고 있지만 곧 새봄이 와서 모든 기업인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중소기업금융은 어느 시장보다 어려움이 많은 시장이다. 은행이 거래하고 싶은 기업은 대부분 ‘무차입 경영’ 기조를 고수하고 있고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은행에 수익을 주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다. 자금공급을 바라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용도가 애매한 기업층이 주류를 이루게 마련이며 성장성은 있으나 리스크가 큰 ‘와일드 캣(Wild Cat)’형 기업이나 사양산업일 가능성이 높다. 옥석을 구분 할 줄 아는 높은 눈썰미와 신용평가시스템이 필요한데 우선 손쉽게 담보대출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신용축적이 더욱 더디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고 중고차 시장과 같이 우량기업은 떠나고 겉만 번드르르하고 맛은 신 기업만 남는 이른바 ‘레몬마켓(Lemon Market)’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소기업금융이 리스크의 크기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밑바닥 수요까지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수익성ㆍ건전성ㆍ성장성을 다 충족시키면서 고객의 요구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의외로 쉬운 답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바로 ‘현장’이다. 현장에는 항상 수요와 공급이 있고 흐름이 있는데 그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 해결하면 모든 게 건강해진다. 올해 금융권 최초로 ‘서울보증보험’의 상업신용보험을 대출에 접목해 기업은행에서 출시한 ‘SGI싸이클론’은 전자상거래 시장 최대 난제였던 ‘거래 간 신뢰성의 문제’를 해결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원자재 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별도의 담보 없이 생산자금과 구매자금을 저리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알렉산더가 아무도 풀지 못하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한칼로 쳐 끊어버리고 예언대로 아시아 전체를 손에 넣었던 것과 같이 직접 현장에 부딪쳐 발상을 달리하면 묶인 실타래가 쉽게 풀려나가고 시장을 선점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현장’이 바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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