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실상 '준부유세' 보유세 5년내 2배로

[의미와 전망] 거래세는 내려 세수부족 우려<br>입법화과정서 野반발 불보듯… 내년 시행도 장담은 못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부동산보유세 개편방안’은 부동산 부자들이 투기를 통해 축적한 부(富)를 고율의 누진세율을 적용, 가난한 동네에 나눠주는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노린 것이다. 토지 등의 부동산이 물량은 제한적인 반면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점을 감안해 형평성을 우선시한 일종의 ‘공개념’을 도입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89년 종토세 도입으로 토지공개념이 선보였다면 종부세 도입은 명실상부한 부동산 공개념의 도입”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대의 명분에서 불구, 협의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을 축소하고 상한선(50%)을 두는 등 조세저항을 우려한 측면이 역력하다. 표수(票數)를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는 여당의 논리도 작용했다. 시행되더라도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거래세를 대폭 낮추기로 해 세수(稅收) 부족이 우려된다. 납세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 등 ‘제2의 재산세 파동’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입법화 과정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할 것이 뻔해 내년 시행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새로운 세제 개편안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종전과 다른 특징을 지닌다. 주택의 경우 종전 건물과 부속토지에 대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로 따로 부과하던 것을 가칭 ‘주택세(통합 재산세)’라는 이름으로 통합 부과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자들에게는 종합부동산세라는 사실상의 ‘준부유세’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보유세를 앞으로 5년 동안 2배 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부터 과표(주택-국세청 기준시가, 토지-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일단 첫해에는 실제 과표의 50%만 적용하고 세율도 대폭 낮췄다. 아울러 보유금액별로 차등화하는 과표구간도 단순화시켜 통합 재산세(지방세)의 세율을 3단계로 단순화시켰다. 이 같은 골격 아래 당정은 ‘표수와 세수의 패키지 딜’을 시도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대상과 관련, 6만명 안팎으로 결정해 5만명 이내를 주장했던 여당과 10만명의 정부 사이에서 조합을 이뤘다.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도 주택은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으로 9억원, 토지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6억원을 설정했다. 주택의 경우 당초 정부는 6억~8억원, 당은 10억원을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간점을 찾은 셈이다. 전체적인 골격을 잡았음에도 당정은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결정하는 작업은 다음주 초로 넘겼다. 세율은 납세자의 세부담이 얼마인지를 결정짓는 핵심지표로 당은 급격한 세부담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 정부는 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금을 보유세로 채워야 한다는 논리 속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ㆍ정ㆍ청간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정이 보유세 개편안에 대한 핵심 내용들을 결정했다고 해도 최종 시행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입법과정에서 시행유보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설득하냐는 것이 과제다. 자칫 4대 입법에 밀려 입법화가 늦어질 경우 내년 시행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일부 계층의 세부담을 늘리면서 부동산 거래를 줄여 건설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미래 경기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보유세 인상은 주택가격 급락과 지자체의 재산세 파동 등의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자체 세금인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국세인 종부세로 전환해 국가가 세금을 걷어 낙후된 지역에 나눠주는 것은 지자체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거래세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광역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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