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30일 대기업 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업집단법'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업집단법은 개별 기업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현행 법률상으로는 대기업집단인 '재벌'들의 경제 행위를 제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돼왔던 것으로 사실상의 '재벌 규제법'으로 불린다.
이 제도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밝힌 기업 개혁 방안이기도 해 이를 매개로 민주당과 안 원장 간 정책 교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 주변에서 나온다.
민주당 주도 모임인 '경제민주화포럼'은 이날 국회 의정관에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를 불러 '기업집단법' 논의에 나섰다. 김 교수의 이날 발표는 민주당 내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연구용역 의뢰에 대한 결과 보고를 기초로 했다.
특히 발표 주제였던 '기업집단법'은 안 원장이 저서를 통해 "현행법서는선 재벌체제에 대한 규정이 없고 주주중심의 개별회사만 존재해 재벌 그룹은 초법적 존재"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던 제도다. 민주당과 안 원장이 앞으로 단일화 과정에서의 정책 공조 일환으로 '기업집단법'을 꺼내 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변재일 의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 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고 민주당과의 차이점은 기업집단법 정도'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안 원장과 인연이 있는 송호창 민주당 의원도 기업집단법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는 "선수는 기업집단인데 심판은 개별 기업만 상대하는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력 집중 억제(출자총액제도제한 등)나 지배구조개선 목적(소액주주운동 등)을 중심으로 논의돼왔던 재벌개혁 방법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기업집단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 '기업집단법'이라는 신규법 제정보다는 현행 상법이나 공정거래법ㆍ금융관련법 등에 '기업집단법'의 핵심 원리를 삽입하는 형태의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기업집단법 논의는 독일 '콘체른법'이 유일한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데 유럽 법체계는 다른 나라에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며 "기업집단법(제정)이 아닌 기업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가는 차원에서 다양한 법 영역에 부분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도입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직ㆍ간접적 상호출자 금지 ▦소액주주의 정보권 및 피해구제 수단 확대 ▦기업분할ㆍ계열분리 명령제 도입 등 21가지 입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경제민주화 포럼 유승희 공동대표는 "김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제안한 21가지 입법 구상을 포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