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독일의 경제 개혁

파이낸셜타임스 9월29일자

독일은 총선이 끝난 후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급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할 만한 위임자를 선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 노사는 신규 인력의 연봉을 20% 낮추는 데 합의했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고급차 부문인 메르세데스 부문의 인력감축을 추진 중이다. 지멘스와 포르셰 등을 포함한 독일 기업들의 이런 개혁노력은 독일의 공룡 기업들이 국가 차원의 노동시장 개혁 없이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노사간의 단체교섭은 여전히 성가신 절차이기는 하지만 최근 현실성을 더해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에 직면한 독일 기업의 노조들은 ‘더 적게(임금을) 받고, 더 많이 일하느냐’와 ‘현재의 노동조건을 유지하다가(인건비가 싼 동유럽과 아시아로 생산 거점이 옮겨가면서) 아예 직업을 잃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독일의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수익률과 주가상승 등의 결과를 낳고 있다. 또 민간경제연구소 이포(Ifo)가 발표하는 9월 기업신뢰지수가 닷컴 버블이 붕괴한 지난 200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그래서 ‘신(新) 독일’이 정치가들에 의해 하향식으로 건설되는 대신에 기업인 주도의 상향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독일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국제적 경쟁이 이뤄지는 분야에만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경영진은 방만한 실업수당 지급 및 고용보장과 같은 세금과 규제 시스템 안에서 수익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 차원에서 경제구조를 개혁,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기업 주도의 구조개혁은 실업자를 양산해낼 뿐이다. 기업 구조조정만으로는 독일 경제가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일자리, 더 높은 성장률, 더 늘어난 세입’ 등과 같은 개혁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독일 정치인들은 경제인들을 본받아 국가 경제의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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