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심리묘사에 너무 집착 아쉬움 남겨

대런 아노프스키 감독의 '블랙스완'

영화 '블랙스완'은 예술적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리는 젊은 발레리나의 정신적 파탄을 그린 드라마다. 발레영화이지만 거의 공포영화에 가까운 심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발레영화의 거봉인 '분홍신'과 연극 무대 뒤 여배우들의 야망을 그린 '이브의 모든 것'을 연상케 하는가 하면 후반부는 카트린느 드뇌브가 전신 분열증을 일으켜 미쳐버리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리펄전'을 생각나게도 한다. 형식미가 뛰어난 예술 영화이긴 하나 감독 대런 아노프스키는 이야기나 전체적인 감정보다 지나치게 심리 묘사나 예술적인 완성에 집착해 보는 사람에게 무거운 압박감을 준다.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더라면 보다 훌륭한 영화가 됐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실패한 발레리나인 어머니(바바라 허시)의 통제 아래 발레에만 매달려 사는 마마 걸이다. 그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새로 공연될 '백조의 호수' 오디션에서 주연으로 발탁돼 연출자인 토마스(뱅상 카셀)의 지도 아래 맹훈련에 들어간다. 토마스는 니나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해 백조와 함께 흑조 역도 맡기에 모자란다고 질타한다. 필사의 힘을 다해 역할에 매달리던 니나는 과도한 집착으로 정신을 유린당하면서 광인의 지경에 이른다. 토마스의 요구와 어머니의 통제 사이에서 심신이 황폐해가는 니나는 자신의 라이벌이자 어두운 분신과도 같은 릴리(밀라 쿠니스)의 자신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인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다. 클라이맥스는 '백조의 호수' 공연. 갈수록 더 정신 상태가 악화되는 니나는 무대에 올라 생애 최고의 춤을 춘다. 예술가는 과연 예술적 완벽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것은 죽음으로서만 가능한 것인가. 포트만은 자기 생애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좋을 당차고 고통스러우며 정열적인 연기를 펼쳐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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