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부동산 버블 심각… 방치땐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

[창간 기획] 해외석학에 듣는다] <6> 이센룽 中사회과학원 금융발전연구실 주임


대출규제 등 일관되게 시행… 부동산 경기 연착륙 시켜야
위안화 수요 아직은 미흡… 국제화엔 오랜시간 걸릴 것
세계 금융리스크 완화위해 은행세는 반드시 도입해야
韓·中경제는 상호보완적 FTA 추진 빠를수록 좋아


"현재의 부동산 버블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버블붕괴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 2005년보다 몇 배나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센룽(易憲容)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발전연구실 주임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규제책이 부동산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현재 부동산시장은 거래량 급감 속에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기형적 상태"라고 밝히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주임은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한중 양국 경제는 상호보완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FTA를 서둘러 추진함으로써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 내륙지역에서 양국 기업은 제품ㆍ기술ㆍ관리 등을 공유해 새로운 발전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은 오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정투자가 축소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데요.

▦세계경제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단 넘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재정적자를 통한 공공투자 확대는 일시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못한 조치입니다. 따라서 재정적자 감축은 필연적인 선택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적지않은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사실 미국보다는 EU가 더 문제입니다. EU는 유로화라는 이름으로 통화는 통일돼 있지만 회원국마다 재정정책과 자립 수준이 달라 일부 국가가 재정위기에 빠지면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로존의 주축인 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 등은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등 20%의 국가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로화체제로 묶이기 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생겨도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유로화 체계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사정이 다릅니다. 즉 이들 국가의 위기는 유로화의 신용에 영향을 주고 유로화의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국보다 EU가 더 우려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은 비록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주춤하긴 했지만 올해 3%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EU는 경제성장 속도가 늦춰져 올해 1~2%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유럽은 성장률보다 안정이 더 중요한 처지입니다. 일부 국가의 위기가 확산되지 않고 글로벌시장으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글로벌 금융환경이 변하면서 국제투기 흐름을 규제하기 위해 은행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세를 도입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재 은행은 명목상으로는 유한책임을 지닌 주식회사지만 실질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공공기관이라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이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신용은 결국 국가가 담보해주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면 은행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공공을 생각하기보다는 신용을 활용해 최대한 이익을 남기려 하고 이 과정에서 시장의 붕괴를 몰고 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세는 당연히 도입해야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위안화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달러화의 글로벌 통화 지위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달러화가 패권통화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수십년에 걸쳐 자연스레 이뤄졌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가 글로벌 통화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통화를 국제통화로 내세울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위안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런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통화의 지위는 한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력에다 금융체계 선진화 정도, 신용도 등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결정됩니다. 위안화의 경우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이 폐쇄돼 있어 국제적인 자유이동이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가 동남아 등 인접국과 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해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지역통화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안화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지만 위안화 국제화를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편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적극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런 수요를 만족시킬 정도로 위안화가 해외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위안화 국제화에 앞서 점진적인 위안화 개방과정이 필요합니다.


-중국과 미국 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데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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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이 존재하는 한 이런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 자국의 방식대로 각국의 이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양국이 위안화 환율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드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가 6월 복수통화 바스켓에 근거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위안화 환율결정 시스템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분간 위안화는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6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가 약간 변동하기도 했지만 위안화의 꾸준한 평가절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2005년 중국의 부동산 버블을 경고한 후 중국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전환해 관심을 끈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도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높습니다만.

▦현재의 버블이 2005년 경고 당시보다 몇 배나 높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내가 2005년 버블을 경고한 후 중국 정부가 규제정책으로 버블을 제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08년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추진하자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버블이 생겨났습니다.

-부동산 버블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은행대출입니다. 지난해 은행대출이 9조6,000억위안으로 전년의 3배나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투기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 심각한 버블을 만들었습니다. 버블을 방치하면 반드시 금융위기ㆍ경제위기로 이어집니다. 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올 3~4월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4월 은행 부동산대출 제한 등 부동산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잡히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는데요.

▦정부 규제로 부동산 거래량이 많은 도시에서는 거래가 평소보다 80%가량 감소하는 등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기형적 현상은 부동산 버블이 아직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좀 더 강력한 부동산규제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요.

-▦아직은 더 강력한 규제보다 이미 시행 중인 부동산규제책이 앞으로도 일관되게 실시될 것이라는 믿음을 확실히 심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일부 투기세력 등이 부동산경기 악화를 빌미로 "3주택자 대출금지 등 기존 부동산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2주택 이상 매입자에 대한 은행대출 제한, 세제개편 등 기존 부동산정책을 착실히 이행함으로써 투기세력이 발을 못 붙이게 만들어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보는지요.

▦은행대출 제한, 부동산 세수제도 개편 등 현재의 부동산규제 및 시장선진화 대책이 제대로 실시되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투기와 정상적인 소비를 엄격히 구분해 소비일 경우 정부가 지원하고 투기일 경우 차단하는 쪽으로 구성됐습니다. 부동산시장은 경제성장 발전의 도구가 아니라 거주의 기능을 총족시키는 것이 맞는데 이런 방향으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책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경기만 연착륙한다면 올해와 내년에 10%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추격에 긴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한국경제의 활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한국과 중국의 경제수준에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중국경제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공동으로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느냐 하는 것입니다. 양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기회와 방식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중 양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이 많다고 했는데 한중 FTA가 대표적인 것이라고 보는지요.

▦그렇습니다. 양국 기업은 제품ㆍ기술ㆍ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면이 많습니다. FTA는 이 같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한층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틀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중국은 연해지역은 발달이 많이 된 반면 내륙지역은 아직 낙후돼 있어 성장잠재력이 큽니다. 중국과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큰 내륙지역에서 공동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中정책 밑그림 자문 대표적 부동산 전문가
●이센룽은


중국 정부 부동산정책의 밑그림을 자문하는 대표적인 중국 부동산 전문가. 학계 대표로 지난 3월 부동산경기 버블을 해소하기 위한 국무원 회의에 참석,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규제 정책의 산파 역할을 했다. 부동산보유세 도입 추진, 2주택자 이상 부동산대출금리 인상, 부동산대출시 거주지역 내 소득증명서 제출 등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 및 선진화 방안은 대부분 그가 보고서나 학회 발표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이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5년 7월 '부동산이 전체 중국경제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신랄한 논평을 현지 언론에 게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 정부는 서둘러 부동산규제책을 발표했다.

▦1958년 장시(江西)성 상가오(上高)▦1989년 상하이 화둥사범대 경제학석사 ▦ 1989~1994년 후난사범대 경제학 부교수 ▦1997년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학박사 ▦1998~2000년 홍콩대 경제금융학부 연구원 ▦2004~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발전연구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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