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정권과 거리 두고… 미래 권력 줄대고… 관료사회 흔들린다

[되풀이되는 집권 4년차 증후군]<br>내부승진 없이 측근 위주 개각에 실망감<br>靑 보직 지원 않고 살길 찾아 정치권 '기웃'<br>"조직 장악 못하면 레임덕 더 빨리올것"


부산ㆍ경남(PK) 출신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 C씨. 요즘 부쩍 동향 모임이 많다. 망년회다 신년회다 이름을 갖다 붙이지만 예전에는 가능하면 발을 담그지 않았던 지연ㆍ학연 모임에 출입이 잦다. 폭주하는 업무량에 몸과 마음은 지쳤고 최근 대통령 측근으로 채워지는 인사에 승진가능성도 멀어져가며 C씨에게는 '살아 있는 권력'의 회초리보다는 '미래 권력'에 대한 달콤함이 더 매력적이다. 집권 4년차를 맞아 관료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누수현상(레임덕) 방지를 위해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같이할 순장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렇게 싫어하던 모피아들을 다시 불러들였지만 관료사회는 이미 임기 말 증후군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 고위관료는 현 정부의 남은 임기 2년에 승진 배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조용히 차기 권력에 줄을 대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각 부처 고위공무원들이 누구냐.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다. 다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평한다. 이렇게 된 데는 현 정부의 인사정책이 한몫했다.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나 행정부 고위직을 지낸 관료들은 철저히 인사에서 배제됐다. 이번에 금융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김석동 위원장도 지난 정부에서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탓에 3년간 공직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예 이번 정권과 적당한 거리를 두겠다는 관료들도 나온다. 일부 부처의 경우 청와대 파견 보직이 비어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3개월째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적체에 승진기회지만 지금 가서 전 정권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아예 주요 보직 국장을 꺼리는 상황도 나온다. 시끄러울 때 교육이나 눈에 띄지 않는 보직으로 이동해 조용히 미래권력에 손을 써두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관가에서는 공심(公心), 즉 공무원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6ㆍ2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공무원의 '반 MB 정서'를 꼽기도 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 대통령이 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지시하며 2년간 동결됐던 공무원 임금이 5.1% 인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ㆍ8 개각은 또 다시 관료사회에 실망을 안겼다. 지식경제부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측근 중의 측근이 부처로 내려와 '왕차관'이라는 말까지 듣자 관료 사회는 또 한번 흔들렸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농림수산부의 경우 불임부처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로 현 정부 들어 내부승진이 어려워졌다"며 "승진된다 해도 일부 지역 출신이나 정권의 지분을 가진 인맥과 줄을 댄 사람들만 대상이라는 자괴감도 있다"고 토로했다. 5개월 만에 이뤄진 12ㆍ31 개각은 관료사회를 더 빠르게 레임덕 증후군에 빠지게 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국민권익위원장 기용 정도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뿐 철저한 측근 인사였다. '회전문 인사'다 '친정체제 구축이다'라는 비판에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여기다 강력한 정책 추진을 위해 과거 경제관료를 불러들이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이후 논공행상에 열을 올렸던 관료사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임기 말 정책 공백에 대한 대처로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있는 관료를 기용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 레임덕에 대한 불안감으로 폐쇄적인 인사와 국정 주도권 장악에 대한 집착은 결국 관료사회를 흔들어놓으며 '관료의 배반'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거 정권에서 관료 출신 공기업 수장이 금융 관련 기밀사항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모조리 넘겨주며 미래 권력에 줄타기 하는 모습을 보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관료 출신인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5년 단임제 권력구조에서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라며 "민심도 중요하지만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지면 권력의 해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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