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현금영수증'제도를 도입한 주역인 백운찬(56ㆍ사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이번에는 '기부금 과세제도'와 관련한 논문으로 세무학 박사가 된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백 실장은 다음달 22일 서울시립대에서 세무학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는 조세 및 세무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대학으로 박사 학위 따기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재정부 세제실의 한 국장은 "세무학과가 개설된 다른 대학과는 달리 고위공직자라 해서 편의를 봐주는 것도 거의 없어 대학원 수료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조세심판연구원장 시절부터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며 이번에 박사 학위까지 받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장 시절에는 한여름 30도를 훌쩍 넘는 기온에도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나와 논문을 작성했다. 에어컨도 켜지지 않아 냉풍기를 켜고 사례들을 촘촘히 연구했다.
그래서 만든 박사 학위 논문은 '기부금 과세제도의 개선 방안'에 관한 것으로 여기에는 세법 전문가로 30년을 근무한 백 실장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남 진주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백 실장은 재정부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관세정책관, 재산소비세정책관 등 세제실의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소득세제과장 재직 당시에는 현금영수증제도 도입을 주도, 일반 근로자 세 부담 경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0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바쁜 공직생활 와중에서도 서울시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향학열을 불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포퓰리즘 성향을 담은 각종 감세법안들을 추진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후의 순간에도 나라 곳간을 생각해야 하지만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를 살리기 위한 방책도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형국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래도 백 실장이 있어 믿음직스럽다고 얘기했다. 백 실장은 역대 세제실장 가운데 가장 '사나이답다'는 소리를 듣는 터. 정치권에서 갖은 요구를 하더라도 온몸으로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박 장관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