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증권사 군살빼기 시동

지구촌 불황·증시침체등 잇단 악재철저한 시장논리따라 고강도 정글법칙 적용 전세계적인 경기 및 주식시장 침체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들도 구조조정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단순한 내부조직정비 차원을 넘어 영업중단 및 지점폐쇄 등 초고강도로 이뤄지고 있다. 경쟁에서 뒤지는 증권사 지점은 문을 닫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지난해 경기 및 주식시장 침체와 미국 테러참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대적인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본사의 강력한 구조조정 원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막을 올린 구조조정 외국계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 10월 독일계증권사인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터벤슨증권의 한국지점이 폐쇄된 데 이어 11월에는 엥도수에즈 W.I카 증권이 국내 주식영업과 리서치 업무를 중단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외국계 증권사의 지점폐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W증권, S증권, C증권이 앞으로 몇 달 간의 손익현황을 보고 지점 폐쇄를 결정할 것으로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한국 영업을 확대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도이치증권이 증권거래소 특별회원으로 들어왔고 23일에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증권이 서울지점설치 예비 인가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받았다. 이 같은 상반된 움직임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 위상 및 판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 이후 주식시장 상승세를 타고 앞다퉈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증권사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브로커(주식중개매매) 영업뿐만 아니라 종합증권업무로 영업을 넓혀간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정글의 법칙 외국계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은 한마디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 97년 IMF를 지나면서 급속하게 늘어갔다. 특히 법인영업부문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트레이딩 붐이 일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실적이 양분화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업무에 강점을 두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다양한 수익원을 찾으면서 규모를 늘려가고 있지만 주식영업에만 국한된 증권사들은 외형은 늘어나지만 수익이 감소해 본사로부터 ‘찬밥’대접을 받고 있다. 지점을 폐쇄한 증권사들이 바로 이런 증권사들이다. 외국계 증권사 영업의 주고객이었던 일반 법인들이 증권사 사이버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되며 직접 매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높은 급여와 업계최고의 대우로 영업직원과 애널리스트들을 끌여들였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더 이상 지점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 모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장이 갑자기 교체되고 30여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짐을 싼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 구조조정의 빛과 그림자 외국계 증권사의 구조조정의 희생양은 국내 현지채용 영업 및 리서치 직원들이다. 증권업계에서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들에 대해 겉만 화려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액연봉이긴 하지만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주식영업을 중단한 W.I카 증권의 경우에서도 보듯 본사차원에서는 구조조정이지만 국내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 지난해 10월 클라인워트벤슨 증권에서 근무하다 지점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모부장은 “지점폐쇄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퇴직금도 다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또 머뭇거리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에도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등 대형투자은행들의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한국내 영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경우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의 DR을 발행하고 LG전자 기업분할의 주간사를 맡는 등 굵직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며 국내 영업기반을 확고히 다졌고 골드만삭스증권은 국내 기업구조조정의 매파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D증권 기획담당 임원은 “한국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도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