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을 둔 윤 일병의 부모님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을 애지중지하며 키웠습니다. 큰 누나가 나이 차이가 13살인 늦둥이 윤 일병은 어리광을 부릴 법도 했지만 다정다감하고 책임감 강하며 속 깊은 청년이었습니다.
8일 밤 늦게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윤 일병의 어머니가 아들을 보내며 읽은 편지를 전문 소개합니다. 흐느끼며 아들을 떠나보내는 편지를 어머니가 읽을 때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도 같이 따라 울었습니다. 고 윤 일병과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분께 위로의 말씀을 보냅니다./용산 추모제 현장=권홍우기자
사랑하는 나의 아들 승주야.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네가 하나님 품으로 떠난지도 벌써 네달이 지났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일엄마는 네가 떠난 뒤 어떻게 살아내었는지….
제발, 제발…꿈이었다면…
하루 하루가 고통이고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월 6일날 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비보를 듣고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단다.
한편으로는 병원으로 달려가는 차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아! 훈련소 퇴소식 이후로는 한 번도 면회도 못하고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네가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으면…너를 하나님이 이렇게 해서라도 네 얼굴을 보게해 주시려고 한 것은 아닐까.
설마 설마 하면서 병원으로 갔는데…
그런데 엄마는 너무나도 참혹한 모습으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고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제발…,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 었단다.
승주야. 아들아.
35일 동일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이 아팠니.
엄마에게 통화할 때 한 마디라도 귀띔을 해주었으면… ‘힘들다고…아프다고…’ 아!
’
내가 4월 5일날 면회를 간다고 4일날 전화를 했을 때,
‘엄마 오지마, 오지마…4월은 안돼, 안돼’했을 때 미친 척 하고 한 번만이라도 부대를 찾아갔더라면…아.
그러나 면회가 안된다는 데 찾아가면 혹시라도 너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엄마는 그저 주, 저앉고 말았단다.
승주야. 정말 미안하다. 바보 같은 엄마를 용서해다오.
너무나도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하루 하루가 고통이고 가슴 속은 피눈물을 삼키며 살아가고 있단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보물. 나의 아들, 승주야.
자라면서 엄마 아빠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곰곰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봐도 너는 엄마 아빠에게 한 번도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는 다정하고 착한 아들이었단다.
너는 우리 가족에게 커다란 기쁨이었고
네 존재만으로도 엄마 아빠는 살아가는 이유이고 희망이었단다.
엄마가 속상해하고 힘들어할 때면 내 옆에 살며시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주면서
‘엄마, 조금만 참아. 내가 있어요. 속상해도 참아요’
엄마가 다리가 아프다면 누나들보다 먼저 달려와서 정말로 시원하게 아픈 곳을 정확하게 주물러주곤 했던 아들아.
너는 부족했던 이 엄마 아빠에게 불평 한 마디하지 않고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내어 엄마 아빠를 도와주고 방학이 되면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개학 전날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 생활비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에게 두둑한 용돈을 챙겨주던 속 깊은 아들이었던 너.
네가 군대를 마치고 돌아오면 이제 우리 가족 한데 모여서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는 마지막으로 한번도 엄마 아빠 얼굴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렸구나.
승주야
네가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는 천국에서 평안하게 이땅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또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지.
이제는 정말 편히 쉬렴.
엄마 아빠, 누나들, 우리 모든 가족들은 너의 안타깝고 슬픈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단다.
또한 네가 한 알의 밀알로 이땅에 ㅤ썩어져서 너를 통해서 너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는 너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제 2, 제3의 윤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고 기도한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승주야.
엄마 아빠도 남을 생을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천국에서 기쁨으로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소망하며 살아가련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나의 아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