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 19명을 석방하기 위해 28일 재개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무장세력 간 대면협상에서 인질석방의 최종합의가 도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인 피랍사태 41일째인 이날 대면협상에서는 추가 인질석방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이 지속적인 ‘물밑접촉’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이룬 상태에서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면접촉은 양측이 지난 16일 협상을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낸 뒤 12일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양측은 10일 첫 접촉을 가진 뒤 이튿날 협상을 재개, 김경자ㆍ김지나씨 등 여성 인질 2명의 석방 합의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이후 양측은 위성전화 등을 통한 접촉을 유지하면서 물밑교섭을 벌여왔고 그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사전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전합의를 바탕으로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대면접촉에서 나름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인 인질의 억류장소로 알려진 가즈니주의 탈레반지역 사령관인 압둘라 잔은 “이번 협상은 결정적이 될 것이며 이제 협상을 끝낼 시점”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내부의 강경파로 분류돼온 잔 사령관이 사전에 협상타결을 암시하는 언급을 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 측도 “민감한 시기는 지났다. 진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태해결의 기미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양측 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CBS방송은 탈레반 간부의 말을 따서 대면접촉 후 남은 인질 19명 중 여성 3∼4명이 우선 석방될 것이고 나머지 인질들도 소그룹으로 나눠 몇 주에 걸쳐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탈레반은 인질 전원을 다음달 중순 시작되는 이슬람 최대명절 라마단에 앞서 풀어주되 인질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순차 석방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가급적 남은 인질을 한꺼번에 석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인질이 남아 있게 되면 생명의 위협에 계속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원을 동시에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 대면접촉에서 일괄타결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양측이 인질석방의 큰 틀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탈레반 내부의 강온파 대립이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고 그럴 경우 대면접촉의 합의이행이 늦춰지거나 심지어는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놓고 양측에서 이견이 나올 경우 인질석방은 상당 시일 미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