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무려 57.37%라는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림으로써 반도체 수출은 물론 하이닉스의 정상화에 타격이 불가피해 졌다. 이번 예비 판정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채권 금융기관이 하이닉스에 취한 출자전환 등이 보조금이며 이로 인해 미국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는 미국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7월말로 예정된 미국국제무역윈회(ITC)의 최종 판정 나올 때까지 미국 수출에 있어 매월 200-300억원 규모의 상계관세를 예치해야 함으로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게 됐다. 더구나 미국의 이번 예비판정은 이 달 25일께로 예정된 EU의 예비판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에 비상이 걸린 실정이다.
예비판정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여러 차례 지적된 대로 이번 반도체 상계관세 조치는 통상적인 상계관세 조치와는 달리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취해진 구조조정 차원의 조치를 보조금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부당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조치는 청산가치보다는 존속가치가 높고, 따라서 기업을 회생하는 것이 채권회수에 도움이 된다는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회수 극대화를 위한 이 같은 민간차원의 채무조정을 보조금으로 보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을 문제 삼는 상계관세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하이닉스 반도체의 수출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기간 IT경기의 침체와 함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계 모든 반도체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 반도체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반도체수요 감소에 따른 시장 구조적인 문제이지 하이닉스 반도체의 수출때문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하이닉스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이 같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미 상무부가 국내제소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보호주의라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점에서 이번 예비판정에 다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종 판정에서 무혐의 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부와 하이닉스는 통상외교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차원의 조치가 보조금이라는 논리가 인정되는 경우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고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많은 산업산업과 기업들이 보조금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범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구조조정이 허사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