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첨단 금융기법과 금융위기

[송현칼럼] 첨단 금융기법과 금융위기 지금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국제 금융위기의 본질과 이유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 당국자들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라는 용어 자체가 암시하는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조차 위기의 근원이 불량주택융자인 서브프라임 모지기에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올 초 미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던 미국 경제학회 연차 총회에 참석했던 많은 경제학자와 정부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쇼크는 이번 위기의 기폭제였을 뿐 화약 자체는 아니었다. 위기의 진짜 몸통은 극도의 선진기법으로 교묘하게 만들어낸 부채담보부증권(CDOㆍ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이었다. CDO의 근원은 지난 1970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주택저당증권(MBSㆍMortgage-backed securities)이 아니라 1983년 개발된 새로운 형태의 주택저당증권인 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s)였다. 두 증권 모두 주택담보 대출금을 재담보로 사용하지만 MBS는 한 종류의 채권(Pass-through securities)으로만 발행 되는 데 반해 CMO는 신용등급 급수를 여러 종류로 나누어서 발행된 채권(Pay-through securities)이다. 그래서 CMO는 최상의 신용 등급인 AAA로 부터 AAㆍAㆍBBBㆍBB 등 다양한 등급의 채권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MBS나 CMO에는 똑같이 원료(담보물)로 사용되는 주택담보부 대출이 필요함으로 MBS와 CMO 채권 발행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던 월가는 계속 더 많은 원료(주택담보부 대출)를 요구했고 이러한 수요가 불량주택담보부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이어졌다. 총 7조달러 규모의 MBS와 CMO 채권 중 14%인 약 1조달러가 서브프라임 론을 담보로 하고 있다. 이중 20%가 부도난다고 해도 14조달러인 미국 GDP의 1.4%밖에 안 되므로 서브프라임 자체가 미국 경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은 없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짜 몸통은 1990년대 말에 처음 나타난 CDO다. 주택대출금 채권화 사업은 원료인 신규 주택담보부 대출에 의존, 성장 속도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고 무한정 채권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신상품이 CDO였다. CDO의 원료(담보물)는 이미 발행된 7조달러가 넘는 MBS나 CMO뿐만 아니라 2조달러를 훨씬 웃도는 기타 자산담보부채권(ABSㆍAssets-backed securities)과 50조달러에 육박하는 CDS(Credit default swaps) 등 파생상품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신규 CDO 발행액을 천문학적으로 늘려갈수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메릴린치는 1,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CDO를 발행해 1.5%씩의 수수료로 거의 23억달러를 벌어들였다. CDO가 높은 이자율을 공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신용등급으로 발행할 수 있는 선진 금융기법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 메릴린치가 발행했던 15억달러짜리 CDO는 원료인 담보물의 평균 신용등급이 BBB 였지만 75%의 CDO가 AAA 등급을 받는 등 총 89%가 AAAㆍAAㆍA 등급을 받았으며 8%는 BBB, 나머지 3%는 그 아래 등급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평균 성적 B학점인 100명의 학생들이 갑자기 89명은 A학점, 8명은 B 학점, 나머지 3명은 C 학점으로 둔갑한 것에 버금가는 요술이라 하겠다. 국제적 신용등급회사들은 이런 신용등급 인플레를 합리화했다. CDO의 담보물 평균 신용등급이 BBB이면 이런 등급 채권의 과거 평균 부도율이 1%에 훨씬 못 미침으로 담보물 채권 부도 때에 제일 먼저 책임을 지는 3% 분량의 최하위급 CDO는 BBB 이하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그 다음 최하위 등급인 8% 분량의 CDO에 대해서는 BBB 등급을 줬다. 확률적으로 볼 때에 상위급 89%의 CDO는 충분히 최상급의 신용등급을 가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BBB 등급의 담보물에서 나오는 높은 이자율로 AAA 등 상위 등급 CDO에는 훨씬 낮은 이자율을 지불하기 때문에 생기는 차익을 다시 모든 등급의 CDO 투자가에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CDO의 평균 투자 수익률이 비슷한 등급의 다른 일반 채권의 이자율보다 훨씬 높은 비밀의 열쇠였다. 현 금융 위기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과 유수한 신용등급회사들이 선진 금융기법으로 합작해 만든 CDO라는 요술품의 정체가 마침내 탄로 나면서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자 신용회사들은 최상급 CDO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B 이하로 급강등시킴으로써 월가를 위시한 전세계 투자가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 현 금융위기의 실체이다.박윤식 입력시간 : 2008/01/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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