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프로스포츠, 팬 본위로 거듭나야

프로야구가 끝내 18년 만에 다시 7개 구단으로 위축될 위기에 직면했다. 재계 7위의 KT마저 11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현대 유니콘스 인수 포기를 결정, 야구단 창단에 손을 뗐다. 대통령의 시구로 화려하게 시작된 프로야구에 열광해본 사람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6년간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으나 지금은 구단운영에 나서는 기업을 구하기도 어려운 신세가 됐다. 기업들은 왜 소극적일까. 적자운영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그 근본은 예전 같지 않은 인기에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모처럼 400만관중을 넘어섰으나 540만을 기록한 지난 1995년 이후 줄어들어 1997년부터 계속 200만∼300만명에 머물렀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무형의 마케팅 효과를 위해 구단보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같은 관중 감소는 야구계의 자업자득이라는 분석이다. 승패에만 집착한 플레이는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팬들의 외면을 샀다. 구단은 여가활용 양태의 변화에 맞춘 관중 흡인책 찾기에 소홀했다. 한국야구위원회 역시 흥행에 대한 경영마인드 부재를 드러냈다. 다른 종목들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가장 발전이 눈에 두드러진다는 프로골프 역시 외화내빈의 요소를 품고 있다. 많은 팬과 관람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대회의 연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환경이 여의치 않아질 경우 기업이 여론의 큰 반대 없이 개최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황은 팬들의 열기를 기반하지 않은 프로스포츠는 모래 위 누각과 같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막 나타나기 시작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접목 등의 시도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즐거움과 감동 선사’라는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되새긴다면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해법이 보일 것이다. 구단을 보유하거나 대회를 개최하려는 기업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요즘 자주 들리는 말처럼 ‘팬을 섬기는’ 프로스포츠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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