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번 선거가 아직 멀리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당 지지도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집권여당인 우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40%수준을 유지했던 지지도는 요즘 잇따른 악재를 만나 30%대로 떨어졌다. 여권 전체의 정책 혼선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2주 남짓새 10%포인트 가량 낮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의원들은 겉으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초기인 만큼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고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면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임종석 대변인은 “여당으로서 책임 있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으로 평가하면서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결집시키고 밖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는 프로세스 문제 탓이 크다”고 진단했다. 임 대변인은 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예로 들며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비교적 일관된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탄핵 이전보다 10% 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으로 평가했다.
문희상 의원은 “과반수 여당에 대한 큰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화된 데다 당의 교만함이나 오만함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겸허한 자세로 국민을 왕처럼 섬기는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혁규 의원은 “지지도 하락은 국민의 민심을 소화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면서 당에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의원은 “외부 분석이 이미 다 나와있는데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끼겠다”고 극히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지낸 홍창선 의원은 “외부에선 우리당의 국정 운영에 불안을 느끼는 듯하다”면서 “아직 17대 개원 초기에 불과한 만큼 모두가 제 자리를 잡게 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의원은 또 “모두가 지나치게 정치적 얘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현안이 소홀해지는 경향도 문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일부 소장파들이 준비되고 절제된 방식이 아니라 함부로 자기 주장을 늘어놓는 게 외부에 나쁘게 비쳐질 수 있다”면서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도 민심을 떠나가게 만든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상범기자 ssang@sed.co.kr
김창익기자 windoq@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