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경수로' 동남아등 수출길 연다<br>발전성능 40%향상·내진설계 강화로 경제·안전성 높여<br>세계 신규원전 건설시장서 '주력 원자로'로 부상 기대<br>1조5,000억 경제효과로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 될듯
| 제3세대 대용량 원전인 신고리 원전 3·4호기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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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APR 1400ㆍ신형가압경수로)가 적용된 '신고리 원전 3ㆍ4호' 건설이 마침내 첫 삽을 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로 140만㎾급 대용량 신형원전을 확보하게 된다.
급증하는 국내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면서 첨단 기술이 집약된 'APR1400'을 동남아 등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경제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기존 원전과 달리 온배수 배출 등에서 뛰어난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으며 5조원이 넘는 사업비투자로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국내기술로 확보한 차세대 원자로= 울산광역시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들어설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APR1400은 기존 영광 3ㆍ4호기 등 2세대에 속하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대거 업그레이드 시킨 최첨단 3세대 모델이다.
'Advanced Power Reactor'이라는 줄임말에서 알 수 있듯, 3세대 원전은 2세대 보다 용량을 키워 경제성을 향상시키고 안전성도 크게 보강했다. 뒤에 따라 붙은 각각의 숫자(2세대 1,000㎿ㆍ3세대 1,400㎿)에서 40% 향상된 성능 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신형경수로는 표준형원전보다 건설 및 발전단가에서도 10%씩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같은 성능개선과 함께 운전 신뢰성을 높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복잡한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신고리 3ㆍ4호기가 모두 가동되는 2014년부터 우리가 연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은 230억kWh 수준으로 국내 26기의 원전이 총 1,949억㎾h의 전력을 생산, 국내 총 전력량의 39.8%를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리안 모델' 수출 기대=신고리 3ㆍ4호기원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APR1400 모델이 세계 신규원전 건설시장의 주력 노형으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가압경수로 형식의 이 모델은 핀란드의 이낄루오토(Olkiluoto), 프랑스의 프라망빌(Flamanville)에 이은 세계 3번째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이 한발 앞서 차세대 원전 건설에 뛰어든 만큼 조기건설로 얻게 될 설계ㆍ건설ㆍ운영 능력이 그대로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 수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원전 기술 능력은 지난 수 십년 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설계 변경 또는 건설ㆍ운영 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웨스팅하우스 등 해외 원천기술사에 의존해야 했다"며 "이와 달리 APR1400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고유 모델인 만큼 지속적인 개량작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 세계 원전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APR1400은 일찌감치 해외수출을 감안해 표준설계 시 0.3g(표준형원전은 0.2g) 의 설계기준 지진을 채택해 수출 예상국들의 설계기준 지진을 거뜬히 충족시키고 있다.
◇지역경제 1조5,000억원 효과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착공은 과거 원전 추가 건설이 예외 없이 불러일으켰던 지역의 극심한 반발을 최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원전의 친환경성을 대폭 보강하고 원전 건설이 유발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 일단 향후 7년 간 5조7,33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신고리 3ㆍ4호기 원전 건설 과정에서 막대한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
아울러 신고리 3ㆍ4호기는 심층배수 방식을 채택, 온배수가 원전 인근 해양 수온을 높여 환경피해를 유발할 가능성 등을 최소화했다. 해안에서 수 백미터 떨어진 곳까지 해저터널을 설치하고 온배수를 수심 15m 지점에서 배출한다는 게 한수원의 계획이다.
■ 한국 원전기술 수준은
세계 5대 원전설계 국가 美에 자문·원자로 납품도
60년대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서 40년만에 세계 12위의 경제로 도약한 한국의 압축성장 신화는 원자력 발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71년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이 해외기술에 전적으로 의존, 들어섰을 때만 하더라도 신고리 3ㆍ4호기와 같은 한국의 독자적 원전 설계는 꿈도 꾸지 못할 이상이었다.
그러나 2007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원전 설계 국가로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원전 설계를 자문해주고 핵심부품인 원자로까지 납품하고 있다. 수 십년에 걸친 가열찬 선진국 기술추격 노력을 기반으로 이제는 탈(脫)추격형 독자기술 개발이라는 새로운 원전 역사를 쓰고 있는 것.
세계적으로 원전의 진화 과정은 통상 1~4단계로 구분, 설명된다. 1세대는 60년대 실험적으로 가동됐던 원전을, 현재 가동되는 원전은 70년대와 90년대 개발된 2ㆍ3세대 원전을 뜻한다.
'상업용'이라는 개념이 부여된 본격적인 원전인 셈이다. 이어 4세대(Gen-Ⅳ) 원전에서 핵확산 저항성 등의 새로운 기술이 적용돼 과거 원전의 악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개념이 부여됐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이 오는 2030년 4세대 원전 상용화를 목표로 치열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경우 특히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고준위)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건식정련처리 기법(파이로 프로세싱ㆍPyro processing)'에서 뛰어난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핵폐기물 중 플루토늄만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기법으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은 미국으로부터 세계 유일한 기술적 파트너로 인정될 만큼 우수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07~2011)을 확정, 신고리 3ㆍ4호기에 적용되는 신형경수로(APR1400) 이후 발전용 원자로형의 최적 개발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한편 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해 소듐냉각고속로(SFR) 핵심기술 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