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동병상련의 나라 볼리비아와의 협력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鹽湖)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토시에는 쎄로 리꼬라는 동(銅)광산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이 1535년부터 광산을 개발하던 곳이다. 이 광산의 열악한 노동 여건에 죽어 나간 인디언들의 뼈를 이으면 스페인 본토에 닿을 것이라는 괴담이 전해진다. 후손들의 현실도 흉흉해 현재 10만명의 주민들 평균 소득은 볼리비아 전체 평균 소득에 훨씬 못 미친다.

볼리비아는 자원부국이라는 이미지 외에 정치적으로는 베네수엘라ㆍ쿠바ㆍ에콰도르 등과 더불어 반미 제국주의ㆍ반자본주의 정서가 심한 나라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6년 취임 이래 18개의 외국기업을 국유화했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볼리비아는 식민지 경험이 남긴 정신적 트라우마, 그리고 근래에는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우리나라와는 외교무대에서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희망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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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과 볼리비아는 과거 영토 상실 및 식민지 경험을 겪은 터라 친밀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다. 볼리비아는 1821년 독립한 이래 200년도 안 되는 기간 내에 인근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페루ㆍ칠레ㆍ파라과이 등 접경국에 영토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또 최근 볼리비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산업화와 식량안보 정책은 과거 우리의 산업화 정책 및 식량자급자족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석유 한 방울도 구경하기 힘든 나라에서 세계 굴지의 석유화학산업을 일궈낸 경험과 1970년대 초 식량자급자족정책에 이곳 언론들은 주목하기 시작했다.

식량안보를 위한 양국 간 협력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볼리비아의 대표 곡식인 끼누아(quinoa) 생산 증대를 위한 끼누아 파종기 보급을 추진하는 한편, 감자 개량을 위한 기술 보급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볼리비아 코피아 사무소와 라파스주 사이에 농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양국 농업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진출을 위한 호재도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볼리비아 8억5,000만달러 규모의 비료 플랜트 수주는 볼리비아와의 관계 변화를 간접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다. 이제 볼리비아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다. 기회를 현실로 바꾸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의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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