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고성장 신화 이끈 '5대 정신' ⑤·끝 글로벌화의 정신…세계를 향하다<br>환란때 뼈깎는 구조조정·힘 비축해 금융위기때 국제공조 선도국 부상<br>G20·핵안보 정상회의 잇달아 유치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자리매김<br>이젠 성공모델 베푸는 나라로 우뚝
| 지난 4월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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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G20 셰르파 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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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 을사늑약의 무효를 알리기 위해 고종 황제 특사로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당시 48세)은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회의장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102년이 지난 2009년 9월, 우리나라는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하며 새롭게 재편된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지난 반 세기 전쟁의 잿더미에서 소득 2만달러 국가로 우뚝 선 데에는 우물 안 개구리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글로벌화의 정신이 있었다. 그 결과 195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74달러의 세계 최빈국은 이제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 정상회의를 동시에 개최하며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국가가 됐다.
◇수출입국 정책, 글로벌 정신의 시작=1964년, 우리나라 총수출이 1억달러를 돌파했다. 북한은 이미 4년 전에 총수출 2억 달러를 넘어서며 저만치 앞서 갔지만 북한과 남한은 이 때부터 서서히 운명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북한이 민족적 자립경제를 내세우는 동안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직접 매주 주재하는 수출진흥위원회를 출범하며 매년 수출계획을 수립하고 월별 진도율을 체크하며 독려했다. 1960년 3,200만달러였던 수출은 1964년 1억달러, 1970년에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우리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의 쾌거를 이뤘지만 우리의 세계화는 김영삼 대통령이 제창한 'Segyewha'라는 구호만 남발하는 어설픈 수준이었다. 위기도 그만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경제성장률이 1998년 -6.9%까지 고꾸라지면서 아시아의 4마리 용에서 지렁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필요 이상의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고 고백할 정도였지만, 위기를 통해 재정건전성과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뼈를 깎은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회를 잡은 한국=한국의 글로벌 정신은 외교무대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91년에야 비로소 유엔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불과 10년 만인 2001년 유엔총회 의장국이 됐고 2006년 한국인 최초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며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나라는 축적해 놓은 경쟁력을 한껏 뽐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40%도 안 되는 국가재정과 2,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로 무장해 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을 거둔 나라로 꼽혔다. 이 같은 성적표는 올 11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게 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건 아시아 국가, 비G8 국가로는 처음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까지 개최하게 되며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정치와 경제, 외교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됐다.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 유엔개발계획(UNDP) 한국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1963년 설치돼 우리나라에 각종 원조사업을 벌였던 곳으로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원조 공여국이 됐다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헬란 클라크 UNDP 총재는 "한국은 이제 자신의 발전 경험을 다른 개도국들에게 널리 전수해야 한다"며 한국의 정치ㆍ경제 성공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에 가입한 지 13년 만에 우리나라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선진국 중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해 주는 국가의 모임으로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23개국만 가입한 그야말로 알짜 선진국 모임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ODA 비율은 GNI 대비 0.1%로 DAC 회원국 24개국 중 꼴찌이지만 2012년에는 0.15%, 2015년에는 0.2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보다 효율적인 원조를 위해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를 정리해 개발 도상국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이른바 한국형 ODA 모델을 만든다는 야심찬 포부다. 수출입국 정책부터 새마을 운동 등 우수정책들을 중심으로 2012년까지 100개의 대표 프로그램을 개발, 개발도상국들이 따라 배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2004년 시작된 KSP 사업은 지난해까지 15개국 134개 과제에 대해 정책자문을 했다. 베트남에 2011~2020년 중기 발전계획을 세운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유상 원조와 일부 무상원조,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다자원조 등을 아울러 원조에 있어서도 전세계가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며 "단순히 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데 한국형 원조의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G20 서울회의서 세계 경제질서 새로 짠다
재정관리·금융안전망 구축 개도국에 성장 노하우 전수등 파워 정상들 의견조율의 場
오는 11월 11~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 등 세계를 이끌어가는 파워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뒤 그 이후를 논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질서의 판도를 새로 짜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월 워싱턴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올 6월 토론토까지 총 4차례 G20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떻게 헤쳐갈 지를 두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현 경제상황을 점검하면서 유럽발 위기로 불거진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제까지는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재정을 관리해 나가야 할 지가 미래의 위기를 막는 예방적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Framework)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더 이상 개별 국가들의 각론에만 맡길 수 없는 만큼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적 공조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개발도상국의 소비 증대와 위안화 절상.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환율은 주권"이라고 강경하게 나오는 중국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Development)을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들고 나온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가교임을 자부하는 만큼 급격한 외화유출입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해 양자간, 다자간, 지역간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에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넘어 경제성장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개발 원조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제도 제시할 예정이다. 우리의 주장을 선진국들에게 설득시켜 결과물을 내놓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만은 않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G20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강화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서울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하고 균형성장을 위해 각 나라가 어떤 정책패키지를 채택할 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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