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3월 29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단순한 투사가 아니라 100여년 전 벌써 동아시아의 역학구도 변화와 이에 따른 평화론을 제시한 선각자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그의 호칭을 '의사'가 아니라 '장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쑹청여우(宋成有)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26일 대구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동북아 통합의 위대한 청사진"이라며 "그가 주장한 나라 간 평등과 공동발전 등은 우리 시대의 가치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사사가와 노리가쓰(笹川紀勝) 일본 메이지대 교수도 24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독일 철학자 칸트의 사상과 유사하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현재의 유엔이나 유럽연합(EU)에 가까운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주창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론' 역시 안 의사 주장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 의사는 한중일 3국의 중간 지대인 요령성 뤼순(旅順)에 '동양평화회의'를 설치, 공동화폐를 주조하고 공동의 군대를 구성해 영구한 지역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유로화를 주조하며 공동으로 나토(NATO) 방위군을 운영하는 오늘날의 유럽연합(EU)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안 의사는 그가 꿈꾼 동양평화의 근거지 뤼순의 감옥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일본 군국주의자들에게 처형되고 만다. 100년이 흐른 지금 동양평화론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념의 교조주의에 갇힌 북한은 현실을 무시하고 대외 개방을 꺼리고 있으며 원형에서 너무나도 변질된 중국의 사회주의는 어느 자본주의 국가 못지 않은 탐욕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식민지 지배에 책임이 있는 일본은 서구와는 달리 스스로의 책임을 부정하며 역사 날조와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한해협 해저터널, 동아시아 고속철도 건설 등으로 안 의사가 남긴 동양평화론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그가 남긴 사상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비전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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