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족을 앞둔 금융개혁위원회의 위원선임과 관련,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위원회의 주축이 될 기업인들은 자리를 고사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반면 조언자인 학자들만 위원 피선을 위해 여기저기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기업인 단체의 장인 명망있는 모인사가 위원장직을 고사했다고 한다. 모재벌그룹은 위원추천을 받은뒤 실무담당자를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금개위는 기업입장에서 금융개혁을 하자는 위원회로 알려져있다. 할말이 많은 기업인들이 왜 참여를 꺼리는지 모를 일이다.
또 들러리만 설게 뻔하고 쓸데없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벌써 해답은 나왔는지도 모른다.
『민간의 입장에서 금융부문을 개혁하고 정부는 단지 옆에서 도와주는 입장에 그치겠다.』 『제시된 의견은 굴절없이 받아들이겠다.』
지난 7일 김영삼대통령이 밝힌 금개위설립과 관련,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방향을 부연설명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 하루뒤인 지난 8일 청와대 관계자들은 금개위와 관련, 몇마디를 보탰다.
『금개위의 최우선 단기과제는 금리인하다.』 『은행합병은 올해에는 없다. 장기과제로 검토해 방안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또 ▲담보대출 등 금융관행의 개선 ▲여신전문기관의 업무영역통폐합 등의 단기과제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미 밑그림이 다 그려져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정부배제원칙은 단지 「재경원 금융실 배제원칙」이고 민간주도가 아닌 청와대주도라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그동안 노사개혁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 등 많은 위원회가 발족돼 몇달씩의 기간을 끌었지만 결과는 들러리만 선 채 정부의 뜻대로 결론이 났다.
위원회의 안건이 마지막에는 깡그리 정부에 의해 무시된 수많은 경험을 반복했는데 또다시 속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학자들이야 얻을 것이 있겠지만 재경원과 매일 대하는 기업들이야 들러리를 서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판단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