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꼭 종이에 연필로 그려야하나? '드로잉 정의' 다시 내린다

깡통으로 만든 작품·조각같은 그림등으로 개념 확장<br>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개관 기념 '잘긋기'展 열어

박미나의 '똑똑'

배종헌의 '콘크리트 농부'

김을의 '무제'

미디어 아트, 설치작품 등 미술의 장르가 다양해진 요즈음 종이에 연필로 그린 드로잉(drawing)은 어떤 의미일까. 드로잉의 사전적 의미는 ‘연필ㆍ펜ㆍ목탄 등으로 그린 그림’ 혹은 ‘잡아 늘이기’ 등 다양한 뜻을 가진다.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이란 결과보다 과정을, 완성보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창조 작업으로 장르 구분이 없는 미완성의 아이디어와 창조 활동을 가늠케 하는 모든 생산물로 정의된다. 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라는 전통적인 드로잉이 개념을 확장해 다양한 장르를 보듬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은 드로잉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개관했다. 드로잉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설원기 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김태호 서울대학교 교수 등 4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두고 미술관측이 1년 여 기간에 걸쳐 완성한 것. 소마미술관은 드로잉센터 개관을 기념하며 첫 전시로 ‘잘긋기’전을 마련했다. 전통적인 드로잉을 생각하고 미술관을 들어서면 금새 실망하고 만다. 깡통으로 만든 설치작품과 조각 같은 그림이 걸려있는가 하면 목판화를 찍는 원판이 관객을 맞이한다. 김원기 교수는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이란 좀 더 나은 목표와 결과를 위해 상상과 체험을 구체화 하는 과정으로 연필과 종이에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이제는 연필과 종이 없이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아 드로잉의 개념은 더욱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드로잉은 결과 지향적인 우리 사회에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실패해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드로잉센터는 향후 자료를 소장하는 등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전시와 교육 등 드로잉과 관련된 국내 중추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드로잉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전시로는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드로잉 에너지’전. 국내 드로잉의 달인이라고 할 만한 10여명의 작가를 선정해 드로잉의 근본적인 본성에 대한 물음과 드로잉을 왜 지금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을 위해 마련했다. 전시에는 김을ㆍ함연주ㆍ김태헌ㆍ배종헌 등이 참가해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개인의 일상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긴 작품에는 작가의 손맛이 느껴진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02)76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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