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화가치 급락과 글로벌 환율전쟁을 불러온 아베노믹스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베 신조 정권의 조기안정이 자국의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탓이다.
일단 미국은 일본경기가 살아나야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경제 회복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뉴욕의 닐 멜러 투자전략가는 최근 CNBC에 출연해 "미국은 엔화약세로 일본경기가 회복되면 일본 내 미국제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국채의 원활한 해외판매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현재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1,328억달러로 1위인 중국(1조 1,701억달러)을 무서운 속도로 뒤쫓고 있다. 중국이 기존의 미국 국채 중심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여 미국 입장에서는 든든한 국채매입국인 일본의 경제회복을 유도해야 하는 처지다.
또 정치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대중봉쇄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라도 동맹국인 일본의 경제부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일본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등에 끌어들여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포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미국도 경기침체 타개를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탓에 장기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쓰는 일본을 비판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화약세 기조에 최대 걸림돌 사라져=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오는 15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주요20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에 사흘 앞서 나온 미국의 발언으로 G20회의에서 환율정책과 관련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주면서 주요7개국(G7)이 엔저기조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복수의 G7 관계자를 인용, 공동성명에 "'목표환율'이 전세계를 통화전쟁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기존의 '시장환율 지지'에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어떤 재정과 통화정책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새 문구가 들어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명도 일본의 디플레이션 타개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씨티그룹의 주요10개국 통화전략 책임자 스티븐 잉글랜더는 "성명의 톤이 조금 강해진다 해도 일본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바를 계속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도 12일 기자회견에서 "G20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고질적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적절한 방식으로 화폐ㆍ경제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의 공격적 양적완화 기조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엔저대응 놓고 유로존은 자중지란=아베 정권이 노골적인 엔화가치 떨어뜨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유로존은 대응방안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고 있다. 11일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산업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유로환율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신의 발언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실상 '목표환율제' 채택을 독일이 거부한 가운데 또다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독일은 즉각 반박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의 유로약세 유도정책은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프랑스가 (국제경제의 관심을) 자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서 환율로 돌리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외에도 그리스 재무장관은 7일 블룸버그TV에 나와 "유로화 가치가 높다"고 경고한 반면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 등은 유로환율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