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 정기주총 눈앞] 새틀 걸맞는 `인사대수술' 불가피

「은행변화의 제 2라운드」. 은행권의 정기 주주총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주총은 외과수술을 마친 은행권이 새로운 임원진 구성 등 내부정비를 통해 다시 한번의 변화를 꾀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를 어느정도 정비한 시점에서 소프트웨어를 보완하는 셈이다.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수십명의 임원들이 은행을 떠났지만, 2월 주총서도 각 은행별로 상당규모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 은행권은 특히 이사회를 비상임이사 중심으로 구성하는 동시에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틀의 지배구조를 구성한다. 일부 은행들은 정관변경을 통해 임원진에게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임원에 대한 능력심사를 엄격하게 따진다는 계획이다. 또 대다수 은행들이 수천억에서 조단위의 적자를 냄에 따라 배당을 하는 은행도 3개 은행에 국한될 전망이다. 그나마 흑자를 낸 몇몇 은행도 이익을 무조건 배당으로 지출하기 보다는 일부 또는 전액을 내부 유보, 주가 상승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 특히 적자를 낸 대다수 은행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는 등 2월 은행가에는 한차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일정= 98회계년도 결산정기주총 시즌은 오는 2월 12일 한미은행을 시작으로 막을 열어 27일 한빛, 국민, 주택 등 몇몇 은행들의 주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현재 예정된 주총 일정은 한미에 이어 조흥은행이 18일, 하나, 강원은행이 19일, 제주은행 23일, 광주은행 25일, 외환 대구 부산 전북 충북은행이 26일, 한빛 국민 주택 평화 경남은행이 27일로 잡혀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을 비롯,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탈에 매각이 확정된 제일은행, 막바지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서울은행 등은 주총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 이들 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는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고 은행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경영진 대폭 물갈이= 2월 주총시즌이 가까와지면서 은행권의 관심사가 경영진 인사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진 개편은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무더기 물갈이가 일어날게 확실시되고 있다. 일단 오는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 임원은 외환은행 최경식, 이갑현상무와 신한은행의 한동우, 박준상무, 한미은행 미셀리언 부행장과 조국현상무, 하나은행 손태호상무, 주택은행 이상영감사 등 줄잡아 20명에 달한다. 현재 행장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조흥은행과 현대종금과 합병한 강원은행의 경우 합병 은행장 및 임원 선임은 오는 3월 합병주총때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번 정기주총에서 경영진 개편은 논외 대상이다. 그러나 2월 주총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임원들이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지난해 퇴직 직원들의 재고용문제로 문책경고를 받은 홍세표 외환은행장의 거취. 은행측은 최근 증자의 길이 열린데다 은행장 자리에 앉을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洪행장을 굳이 퇴임시킬 필요가 없다며 洪행장이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재탄생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점에서 임기가 1년 남은 나응찬신한은행장의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동혁 행장이 영입되는 한미은행의 경영진 개편도 주목된다. 특히 한미은행 전 임직원은 지난 28일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 어느정도의 물갈이는 불가피하다는 중론이다. 다만 중임 기간이 끝나는 미셀리언 부행장은 대주주인 뱅크 아메리카(BOA)의 의지에 따라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방은행중에선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김극년(金克年)전무와 김기윤(金基潤)전무를 비롯, 3명씩 임기를 맞으며, 모든 은행에서 상당수의 임원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경영개선권고를 받아 경영진 대폭 교체압력을 받고 있는 부산·경남은행과, 이달 말 증자 성패에 운명이 달려있는 충북은행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진 지배구조 도입= 개별 경영진뿐 아니라 경영의 틀이 되는 지배구조도 큰 폭으로 바뀔 전망이다.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 및 이사회-집행임원의 분리가 변화의 골자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이 올 주총에서 상임이사 수를 대폭 줄이고, 비상임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이미 상임이사를 행장과 부행장 등 2명으로 대폭 줄이고 비상임이사는 9명으로 구성해 비상임 중심의 이사회를 구축한 상태다. 나머지 6명의 이사대우는 집행임원에 해당된다.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조흥은행도 한빛은행과 같은 체제로 경영구조가 개편될 전망이다. 주택은행의 경우 현재 8명인 상임이사 가운데 2~3명만을 등기이사로 남기고 나머지는 계약직인 집행부행장으로 임명, 이사회의 의사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시킬 예정이다. 이사회 산하에는 이사회운영위원회, 경영전략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윤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5개 위원회가 구성된다. 신한은행도 이같은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같은 경영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적극 권고하고, 오는 2월5일 은행장과 이사회의장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새로운 색채의 경영진이 그려진다=은행들은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임원진에 대한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능력급 임금체계를 세운다는 방침. 주택과 외환은행 등은 이미 스톡옵션을 도입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상황. 주총에 상관없이 내달부터는 외국인 임원들도 상당수 나타날 전망이다. 주택은행이 내달초 외국인 임원 2명을 채용키로 했으며, 여타 은행들도 리스크관리본부에 외국인을 포함한 외부인사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흑자은행 배당보다는 이익 유보=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낸 하나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8%를 현금배당한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배당률이다. 흑자은행인 한미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5%와 4%를 배당키로 확정했다. 그러나 590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은행의 경우 주주배당을 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존 주주들에 대해 10%의 무상증자 혜택을 부여했기 때문. 게다가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단기적인 이익을 안겨주기보다는 이익 잉여금을 쌓아 장기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익금으로 생산적인 재투자를 하는 편이 주주 이익을 늘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대주주들이 높은 배당을 마다해 배당률을 일부러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0%정도의 주주배당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국제금융공사(IFC) 등 대주주들이 유보를 요청했다』며 『내부 이익을 쌓아 주가를 올리는 것이 당장 얼마의 배당을 받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자은행 소액주주 반발 예상=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대다수 은행들은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로부터 적잖은 질타를 감수해야 할 것을 보인다. 조흥, 한빛은행을 비롯해 강원, 충북은행 등 상당수 은행의 주주들이 지난해와 올 연초 대규모 감자(減資)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재산을 날려버린 상황. 수천억, 수조원의 적자 보고는 이들에게 또 한번의 실망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조흥, 상업-한일, 충북 등 일부 은행의 주주들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은행의 장밋빛 청사진을 믿고 울며 겨자먹기로 감자와 합병에 동의했다. 이제 또다시 조단위의 사상최대 적자라는 사실에 직면한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7일 감자를 위해 열린 조흥은행 임시주총장에서도 몇몇 소액주주들이 감자조치와 대규모 적자 발생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부터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일부에선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일부 은행들은 경영진책임배상보험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경립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