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국민은행이 발행한 5년 6개월 만기 후순위채에 5,000만원을 투자했던 정모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연 7.7%에 달하는 금리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는데 만기가 돼 돌아오는 투자금을 재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8년 시중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물량 10조원의 만기가 올해 대거 돌아온다. 특히 이달에는 4조1,000억원, 다음달에는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물량이 쏟아진다. 만기 상환 자금을 받는 은행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큰 고민이다. 2008년처럼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으면서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더는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
국내 주요 프라이빗뱅커(PB)들과 상품전략 전문가들은 현재 7%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드문 만큼 눈높이를 살짝 낮춰 연 4~5% 수준의 채권 상품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중국 본토 등 해외 채권과 지역개발채권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의 해외 채권 살펴야=전문가들은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경우 해외 채권을 적절히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 채권 신탁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신용등급이 안정적이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태평로센터 팀장은 "한국 정부 신용등급 수준의 중국 본토 회사채를 편입하는 신탁 상품이 최근 새롭게 출시됐다"며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화(Sinopec) 회사채를 편입하는데 만기 1년 1개월로 연 3.8%의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 후순위채에도 관심을 둘만하다. 유로존 경기 회복으로 유럽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도 높아지면서 유럽 은행 후순위채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2013년 5월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조건을 붙여 발행한 15년 만기 후순위채의 연 쿠폰 수익률은 4.3%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럽 은행 후순위채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투자자들을 울렸던 브라질 채권에 대해 다시 저가 매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팀장은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환율이 다시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환차손 우려가 줄고 있다"며 "올해 10월 브라질 대선이 마무리되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물가 안정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해 보유한 브라질 채권의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은 연 10% 수준의 쿠폰 수익을 제공하며 환차익·자본차익·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된다.
◇국내에선 지역개발채권·지방공사채를 주목=지역개발채권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개발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해 지방의회의 승인을 얻어 발행하는 지방채다. 지방자치단체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만큼 안정성이 높다. 만기가 보통 5년이며 중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해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함께 준다. 박정준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수석웰스매니저는 "지역개발채권은 연 3.6% 내외 또는 그 이상의 세후 수익이 예상되는데 이는 대략 연 4.3% 이상의 은행 예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5월 만기이며 연 3.65% 수준의 수익을 주는 경기지역개발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지방공사채도 PB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다. 최근 국회에서 지방공사채를 일반 채권에서 특수채로 분류하자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매각 차익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2015년 5월19일 만기인 '인천도시공사72(AA+)'를 판매하고 있다. 연 4% 수준의 금리로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ELS·하이일드펀드 등 채권 외 상품에도 관심을=채권 투자자들은 보통 채권에 재투자하는 성향이 있지만 다른 상품으로도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주가연계증권(ELS)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는 '첫스텝85 지수형ELS' 상품의 경우 첫 조기상환 조건이 85%로 기존 스텝다운형 상품(95~100%)보다 낮아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다. 연 6%의 수익이 예상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에 공모주 10% 우선 배정 매력도 있어 펀드가 공모주를 잘만 편입하면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