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시즌 5승 세리와 최다승 타이… 박인비 힘의 원천은

Balance, 도전 즐기고 균형잡힌 태도<br>Ease, 내게 맞는 편안한 클럽 선택<br>Efficiency, 완급조절… 효율적 경기운영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수확한 우승컵의 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17개에 달한다. 40명에 가까운 코리언 챔피언 가운데 한 시즌에 5승을 거둔 선수는 단 2명. 박세리(36ㆍKDB금융그룹)와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뿐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이날 끝난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정규라운드를 유소연(23ㆍ하나금융그룹)과 공동 선두(최종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마친 뒤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시즌 5승으로 박세리가 2001년과 2002년 세웠던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시즌 일정의 절반 만에 5승을 거둔 박인비 골프의 강점은 골프를 대하는 태도의 균형(Balance), 편안한(Ease) 장비 선택, 게임의 효율성(Efficiency) 등 'BEE'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여왕벌'이라는 애칭을 안겨준 박인비의 영문 이름(IN BEE) 속에 포함돼 있으며 꿀벌 같은 성실함과 어우러져 독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입국했던 박인비는 자신의 롤모델로 줄리 잉스터(53)와 낸시 로페스(51ㆍ이상 미국)를 꼽았다. 물론 박세리가 '우상'이지만 프로골퍼로뿐 아니라 주부와 엄마로서도 성공을 거둔 잉스터와 로페스를 인생의 이정표처럼 여기는 듯했다. 이는 균형 잡힌 골프관을 잘 보여준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골프에 '올인'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점은 그의 강점 중 하나다. 박인비는 이날 L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도 "나는 언제나 도전을 즐기기 때문에 늘 다음 대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미국 골프 유학으로 체득한 이 심리적 무기는 한국인 특유의 골프 DNA와 맞물려 독주 태세를 갖추는 힘이 되고 있다. 코스 안팎의 심리상태를 조율하는 약혼자이자 코치 남기협(32)씨의 역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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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적인 측면에서 박인비의 플레이는 쉽고 편안하다는 게 특징이다. 장비 선택에서도 마찬가지. 박인비는 2011년부터 골프용품업체 던롭과 인연을 맺고 있다. 던롭은 '스릭슨'과 '젝시오' 등 2개의 제품 라인을 갖췄다. 스릭슨이 투어프로 지향이라면 젝시오는 아마추어, 그중에도 시니어나 여성 골퍼를 주 타깃으로 한다. 박인비는 던롭이 용품사용 계약을 맺은 10여명의 한국 프로선수 중 유일하게 젝시오 클럽을 쓴다. 용품 선택 때 주위의 시선을 중시하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내 컨디션이 어떻든 간에 똑같은 방향성과 퍼포먼스(성과)를 주는 쉽고 편안함이 최우선 기준"이라고 고집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게임 운영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즐기는 골프, 편안한 장비 선택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박인비는 이날을 포함해 올 시즌 5승을 모두 역전극으로 이뤄냈다. 첫날 단독 선두 출발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은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보여준다. 사흘이나 나흘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신력은 무한하지 않은데 박인비는 심리의 완급을 조절하며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해낸다. 몸에 맞는 스윙을 하는 것도 효율을 높인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클래스A 멤버인 장재식 하이스트아카데미 헤드프로는 "박인비는 스윙궤도가 다소 가파른 듯하지만 느린 스윙 리듬과 정확한 임팩트 타이밍으로 오히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일정한 페이드 구질과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특히 강점인 퍼트 감각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너지 효과를 뽑아내는 효율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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