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무한경쟁 신호탄
[산업 핫 이슈] 복수 폴사인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4월부터 주유소의 복수 폴사인제(상표 표시제) 도입을 허용하기로 결정, 정유업계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복수 폴사인제는 주유소가 2개 이상의 상표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 2개 이상업체의 기름을 팔 경우 주유기 마다 정유사 상표를 표시해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공정위가 폴사인제를 없애기로 한 것은 소비자보호 때문. 현재 한 주유소에서 서로 다른 정유사의 상표를 표시하는 것을 부당한 표시ㆍ광고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특정회사 제품만 판매하도록 강요, 소비자와 주유소 사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것.
이 조치로 연초부터 가격인하를 놓고 한바탕 '전쟁'을 치룬 정유업계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의 조치에 마아니로 꼽히는 에쓰오일과 석유제품 수입업체들은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휘발유시장의 13.8%(주유소 1,389개)를 차지하고 있는 에쓰오일과 1.2%(주유소 41개)인 수입업체들은 그동안 SK㈜,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로 대표되는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무기로 복수폴사인제를 요구해 왔다.
시장에서 절대열세에 밀리고 있는 이들은 복수 폴사인제가 도입돼야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지난해 일본과 싱가포르로부터 외자를 도입한 석유제품 수입업체 타이거오일과 유사업경험이 있는 ㈜쌍용은 올해부터 제품 판매 주유소를 수백개 단위로 급격히 늘릴 계획이다. 복수 폴사인제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 수입 석유제품은 국내 정유소보다 리터당 40~50원의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SKㆍLGㆍ현대정유 등 빅3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SK는 시장점유율 37.9%(주유소 3,761개), LG칼텍스정유 31.3%(2,773개), 현대정유 16%(2,257개)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복수 폴사인제가 허용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특히 수십년간 금융지원을 통해 계열 주유소 확보에 나선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주유소에서 복수 폴사인을 하고 다른 제품이나 덤핑유를 섞어 팔 경우에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유업계는SK㈜와 에쓰오일이 1월말 민영화된 대한송유관공사 신임경영진 선임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에 까지 가는 1라운드를 벌인데 이어 2월중 석유판매가격 인상을 둘러싼 2차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제 4월부터 복수 폴사인제라는3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최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