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에 관한 전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방송시장 개방의 유ㆍ불리를 떠나 이번 한미 FTA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지난해 11월 4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방송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지만 방송위는 ‘개방 반대’라는 원칙론만 견지했을 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1월 방송위에서 한미 FTA 협상문건이 유출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상임위원간 갈등이 노출됐고, 협상 자체의 문제를 풀기보다는 내부 단속에 급급한 모습을 연출했다. 갈등은 간신히 봉합됐지만 이후 조창현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 누구도 시장 개방에 ‘불가 원칙론’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2월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이 방한한 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이 ‘CNN 한국어 더빙 허용 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방송계가 강하게 반발했을 때도 방송위는 “협상단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이 협상 타결 뒤 “미국이 방송도 예외 없이 다 개방하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개방 항목별로 방송사업자간 입장도 달라 협상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매우 안 좋았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도 이런 정황으로 해석된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방송위원 누구도 시장 개방 반대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어 방송 분야 협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상임위원들이 여당과 야당의 추천인사로 혼합 구성돼 있는 인적 구성도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 꼽혀 향후 통방융합 논의과정에서 조직개편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