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 급격한 대출억제 서민경제 직격탄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1,500만원의 카드빚을 안고 있는 일용직노동자 K씨(32)는 지난해 가을부터 불행이 시작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5장의 카드를 보유, 연간소득에 버금가는 카드대금을 안고 있던 그는 “수십만원의 연체금액 때문에 갑자기 카드사들이 한도를 줄여 모두 연체되게 됐다”며 “씀씀이를 줄여 이자만은 갚아 왔지만 이젠 앞 길이 캄캄하다”고 털어 놓았다.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제도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카드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대금업ㆍ사채업으로 밀려나고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신용카드 시장에 각종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우려됐던 신용경색이 현실로 나타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에 이어 상호저축은행, 대금업 등도 올 들어 서민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돈줄이 막힌 이들이 갈 곳을 잃고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지난 연말 신용불량자수는 사상 최대인 263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드론, 신용카드 등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이 크게 늘었다.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도 늘어 1인당 신용불량건수가 2001년말 2.72건에서 1년만에 3.65건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다 지난 1일부터 대다수 금융기관의 모든 대출 정보를 공유, 앞으로는 일부 금융기관들의 기존 대출 회수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를 꼬박꼬박 갚는 이들이라도 거래 기관이 소득에 비해 빚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인수위원회에 급격한 가계대출 억제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전해면서 약세를 면치 못해온 카드사 주가는 일제히 급상승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시장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선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예상, 미리 대처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속도조절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기관 임원은 “정부정책의 성공여부는 속도조절과 유연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문제를 `연착륙(soft-landing)`시키겠다는 당선자의 발언에 큰 기대를 보였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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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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