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3일] 호레이셔 엘저


19세기 말 미국, 누구의 소설이 가장 많이 읽혔을까. 마크 트웨인이 쓴 ‘톰 소여의 모험’?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호레이셔 엘저(Horatio Alger Jr). 미국인들의 경제와 노동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소설가 이전의 직업은 교사와 목사. 명시 에반젤린으로 유명한 시인 롱펠로 밑에서 시인의 꿈을 키운 적도 있다. 1832년 1월13일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유니테리언(삼위일체을 부인해 하나님의 존재만 인정하는 신교 교파)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고향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 하버드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뒤 유럽 여행을 거친 그는 목회활동에 들어갔다. 목사로서의 기간은 불과 2년. 동성애자라는 추문 탓이다. 낙심한 채 뉴욕으로 이주한 엘저는 소설로 대성공을 거뒀다. 첫 작품이 ‘누더기 소년 딕(Ragged Dick)’. 가난한 소년이 도덕심과 굳센 의지로 역경을 딛고 끝내 성공한다는 해피엔딩 작품이다. 중편소설만 135편인 다른 작품의 내용도 거의 같다. ‘소년의 고난과 극복, 마음씨 좋은 신사’가 한결같이 등장한다. ‘모두가 마찬가지’라는 평에도 그의 소설은 1,800만부나 팔렸다. 읽기 쉽고 가격이 10센트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미국판 무협지라는 성격 탓인지 엘저는 영문학사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지만 경제사회사의 관점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하면 된다’는 자수성가, 즉 ‘아메리칸 드림’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대도시에서 극빈층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을 호도해 독점자본을 옹호했다는 논란 속에서도 미국 사회는 역경을 이겨낸 학생이나 단체에 ‘호레이셔 엘저’상과 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도 이 상을 받았다. 호레이셔 엘저라는 이름은 오늘날 희망의 상징어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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