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5월 3일] 무절제한 금융경쟁이 금융위기 초래

미국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일차적인 요인은 단기 급등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여러 가지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거대한 자금풀(pool)을 만들고 이 파생상품을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채권(CDO) 등을 대규모로 발행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 IB의 과도한 부채(레버리지) 사용과 복잡한 파생상품 출현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및 규제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은 경쟁을 촉진한다. 경쟁은 금융혁신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 등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한동안 규제완화, 기술의 발달, 경쟁, 혁신, 신상품 개발 등은 금융발전의 주요인으로 강조됐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의 장애요인이 돼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금융혁신은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금융혁신이 금융사기나 도덕적 파탄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투명성이 결여된 복잡한 파생상품의 자산가치 및 리스크 측정은 사실상 누구도 알기 어렵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ㆍ신용평가기관 등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의 적절한 규제감독은 어려운 반면 절제 받지 않는 탐욕은 금융사기 등 도덕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허술한 금융감독과 규제공백은 금융혁신을 촉진하지만 과도한 복잡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금융시스템의 위기관리에 실패함으로 위기를 초래한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B,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것은 상품 설계의 기초가 되는 주택 모기지 자산내역에 비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파생상품을 팔아 이를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해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의 의뢰를 받아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등을 섞어 복잡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을 발행했다. 문제는 폴슨앤드컴퍼니가 모기지 대출이 부실화될 것을 예상하고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의뢰했고 골드만삭스는 이를 알고도 CDO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한편 CDO가 부실화되면 폴슨앤드컴퍼니가 큰돈을 벌 수 있도록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계약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폴슨앤드컴퍼니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SEC의 설명이다. 이 같은 거래로 CDO 투자자들은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4월 발행된 CDO는 편입된 모기지 증권의 99%가 등급이 떨어지면서 가치가 폭락했다. 반면 CDO가 부실화될 것으로 보고 CDS를 적극 매입한 폴슨은 10억달러를 벌었다. 파생상품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탓에 특정 고객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다른 고객들은 손실을 본 것이다. 이 같은 거래로 골드만삭스는 150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지만 규제완화, 금융혁신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장참여자들이 금융회사가 노출된 위험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 디지털 컨설턴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미디어 아티스트, 컴퓨터 과학자인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은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과도한 복잡함'으로 도지면서 정작 인간이 압도당하게 됐다"면서 '단순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기술이 인간에게 힘들고 고된 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함의 상실'로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등에 내재한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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