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 간의 임단협이 석 달 넘는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부분파업 및 사측 교섭위원 전원 사의표명 등 파행으로 이어진 것이 심각한 ‘노노 갈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17일 “오는 9월로 예정된 노조 집행부 선거를 의식해 기아차 노조의 계파가 자극적인 성과를 과시하면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협상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 노조는 이번 선거를 통해 금속노조의 기업지부에서 지역지부로 전환된다. 지역지부를 장악하려는 기아차 노조 각 지회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이들 간의 갈등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현장계파는 현 집행부인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기노회), 자주민주통일의 길로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노동해방을 여는 노동자회(금속의 힘) 등 10여개.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기노회 출신인 현 지부장이 회사에서 제시한 안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 다른 계파 지회장과 대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노노 갈등은 계파가 다른 지부와 지회가 최근 상호 비방전을 시작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는 자체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핑계를 대며 거짓을 포장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노조에도 좀벌레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며 현 집행부를 비난했다. 정비지회 역시 14일 “31일까지 4시간을 원칙으로 파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으나 이틀 만에 투쟁전술이 바뀌었다”면서 집행부를 공격했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도 13일 특별담화문에서 “광주지회 등이 사실과 다른 내용들로 현장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은 현혹되지 말라”면서 역공을 가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각 지회가 직선제를 실시해 지부 집행부와 지회가 다른 계파들로 구성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임단협 같은 중요 사안 앞에서 노노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놓은 셈이다. 특이 이번 임단협에서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각 계파들이 차기 집권과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강경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노노 갈등으로 회사 측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해 협상이 길어지면 결국 회사의 경쟁력만 약화돼 고용불안까지 야기될 수 있다”며 “기아차 노조는 내부 갈등을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교섭이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14일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되자 이날 주야 4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재개했으며 18일 16차 교섭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