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과잉반응 경계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한 5월 이후 코스피지수는 6월 들어서만도 10% 이상 내려서 마침내 지난주에는 1,900선이 무너졌다. 마치 떨어지는 주가는 날개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원ㆍ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양적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보자는 비상 처방이다. 양적완화는 실물경기 부양에도 한계가 있고 자산버블을 키우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양적완화의 축소 내지 중단은 당초부터 예고된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금융시장은 요동친다. 12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시작할 때도 금융시장이 동요했다.

출구전략은 양적완화의 당연한 귀결


미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양적완화를 시작했고 이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뒤늦게 지난해 12월부터 양적완화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이 점진적으로 채권매입을 줄여나가더라도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계속함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총 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양적완화를 시작하거나 축소하거나 그 결과 미 달러 가치가 절하되거나 절상되거나 양적완화 자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커다란 위험요인으로 남는다. 그런 만큼 우리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및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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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미 연준의 출구전략에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미 연준은 점진적으로 채권 매입을 줄여나가다 내년 중반께 매입을 중단하고 그동안 연준이 매입했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상환이 끝나면 시장의 충격은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 시장 가설은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령 그동안 국내외에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지난주의 극심한 시장 동요는 중국증시가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과 성장둔화 우려로 5.3% 폭락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주요7개국(G7)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에 추가적으로 쏟아 부은 유동성은 10조달러로 추산된다. 이를 환수하려면 엄청난 긴축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와중에 투자자들의 과잉반응이나 패닉이 시장을 과도하게 동요할 수 있다. 시장이 언제나 합리적이며 연착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외국자본 유입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도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국내 자금이 대거 유출될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폭락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거시경제 건전성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지난해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외국인의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대책을 마련해왔다. 대외채무 급증을 막기 위해 외화유동성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현재 3,281억달러다. 외환보유액을 더욱 확충하고 통화스와프도 확대해야 한다.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엔저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일본의 재정확대에 대응해서 우리도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외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강건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이 약화되면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고 경제도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외국인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선진국 양적완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 좌석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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